조광래(57) 감독은 정말 하루 아침에 축구국가대표팀 지휘봉을 뺏겼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 예선 마지막 1경기를 앞두고 '벼락'을 맞은 셈이다. 8일 서울 강남 노보텔 앰배서더에서 조 감독과 만났다.
전날 황보관 기술위원장에게 청천벽력 같은 해임 통보를 받았던 그 장소였다. 박태하, 김현태, 서정원 코치와 함께 점심 식사를 막 끝낸 조 감독은 남은 코칭스태프에 대한 걱정이 앞섰다. 그는 "나는 괜찮지만 남은 코칭스태프가 가장 걱정이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누구보다 이번 사태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현한 박태하 코치는 "저도 책임이 있다. 조 감독님과 뜻을 같이 하겠다"고 말하며 자리를 떠났다.
조 감독은 이날 오전 해임 통보에 대한 성명서를 언론사에 메일을 통해 보냈다. "외부적인 변수에 의해 대표팀 감독직이 좌우되는 일이 있어서는 안됩니다.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회의 공식 결정이 내려진다면 저의 입장을 소상하고 분명하게 밝힐 수 있는 자리를 만들겠다"는 내용이었다. 협회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공식적으로 조 감독의 경질을 발표했기 때문에 조 감독은 다시 한번 입장을 정리해야 했다. 그는 "저와 생각이 다른 사람들이랑 같이 일한다는 자체가 불행하다. 사령탑에서 물러나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조 감독은 지난 6일 협회 홍보국, 경기국 관계자들과 만나 "앞으로 잘해보자"며 합심했다. 3차 예선 마지막 1경기를 잘 마무리 지으려는 의욕이 강했다. 조 감독은 "K리그 선수들을 1차적으로 소집해 먼저 발을 맞춰보려 했다. 그런데 한 경기를 남겨두고 협회가 이런 결정을 내릴 줄은 상상조차 못했다"며 어이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B조 1위를 달리고 있는 대표팀은 내년 2월29일 쿠웨이트전에서 무승부만 기록해도 최종 예선에 진출할 수 있는 상황이다.
협회의 아마추어 행정과 의식을 꼬집기도 했다. 조 감독은 "한국축구를 위해 큰일을 하려면 일정한 틀과 의식을 가져야 한다. 축구에 대한 애정과 프로의식으로 일 처리를 해야만 한국축구가 발전할 수 있다"고 토로했다.
조 감독은 협회의 황당한 결정에 의문부호를 달았다. "한 경기가 남아있는데 그런 생각을 했다는 자체가 놀랍다"며 협회의 결정을 '도박'으로 평가했다. 후임 사령탑 인선 작업에 대한 의심의 눈초리도 거두지 않았다. "이미 시나리오가 정해져 있는 게 아니냐. 그렇지 않고선 이렇게 빠른 결정을 내릴 수 없다."
앞으로의 계획을 묻는 질문에 "갑작스러운 일을 당해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고 말한 조 감독은 9일 오후 2시 노보텔 앰배서더 호텔에서 1년5개월간 국가대표팀 사령탑 자리를 정리하는 기자간담회를 가질 예정이다.
김두용기자 enjoysp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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