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 자동차 전자제품 등 규모가 큰 시장에서 대기업의 시장 점유율이 70%를 넘어 독과점이 극심해진 것으로 조사됐다. 대기업들은 독과점을 통해 높은 수익을 챙기면서도 연구개발(R&D) 투자에는 인색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8일 공개한 '2009년 기준 시장구조조사'에 따르면 출하액이 큰 산업들의 독과점이 2006년보다 심해졌다. 정유(91조원)를 비롯해 액정평판디스플레이(TFT-LCDㆍ65조원), 자동차(56조원), 반도체와 같은 전자집적회로(35조원) 제조업 등이 대표적이다.
삼성, LG 등이 진출해 있는 TFT-LCD 산업의 경우 2009년 상위 3개사의 시장점유율 합계(CR3)는 77.7%로 3년 전인 2006년(58.4%)보다 19.3%포인트 증가했다. 현대, 삼성 등이 대표하는 자동차업계의 CR3도 90%를 넘기면서 3년 새 8.0%포인트(83.9%→91.9%) 늘었고, 정유와 전자집적회로 제조업도 각각 80% 이상이었다.
이 같은 독과점 산업일수록 내수시장을 통해 높은 이윤을 거두면서도 R&D 비율은 낮았다. 43개 독과점 산업의 내수 집중도는 평균 71.6%로 전체 광ㆍ제조업 평균(33.1%)의 두 배를 넘었고, 부가가치에서 총급여를 뺀 순부가가치 비율(31.7%)도 상대적으로 높았다. 그러나 R&D 비율은 고작 1.8%에 그쳐 광ㆍ제조업 평균(2.4%)보다도 낮았다. 해외 개방도(26.5%) 역시 낮아 독과점 대기업들이 편하게 돈을 벌면서 투자에는 인색하다는 비난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는 독과점 대기업들이 시장지배력을 남용하거나 불공정 거래행위가 일어나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할 방침이다. 독과점은 해당 산업에서 1위 업체의 시장점유율이 50% 이상, 또는 상위 3개 기업의 시장점유율이 75% 이상인 상태를 말한다.
허정헌기자 xsco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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