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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디스크와 혼동 쉬운 척추관협착증…신경성형술로 수술 어려운 노인에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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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디스크와 혼동 쉬운 척추관협착증…신경성형술로 수술 어려운 노인에 희망

입력
2011.12.08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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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쯤 전인가. 허리가 아프고 양쪽 다리가 저리기 시작했다. 걷기가 힘드네 싶을 때도 간간이 있었다. 나이 탓이겠지 하고 물리치료만 받으며 버텼다. 5개월 전, 급기야 걷는 게 불가능할 정도가 됐다. 병원에서 자기공명영상(MRI)을 찍어봤다. 문제는 다리가 아니라 척추였다. 당장 수술이 필요했다.

하지만 전영진(가명)씨는 75세. 고령에다 고혈압, 당뇨병을 20년 동안 앓고 있었다. 전신마취 수술이 부담일 수밖에 없다. 의료진은 수술 대신 척추에 가는 관을 넣어 약물을 주입했다. 이후 전씨는 점점 나아졌다. 지금도 병원을 다니긴 하지만 하루 30분 산책을 즐길 수도 있게 됐다.

척추관협착증은 디스크와 다른 병

전씨가 잘 걷지 못하게 된 원인은 척추 신경이 지나는 통로인 척추관이 좁아지면서 신경을 눌러 통증이 생겼기 때문이다. 나이가 들면 특별한 계기 없이도 척추뼈가 노화하고 주변 인대나 관절 부위가 두꺼워지면서 척추관이 점점 좁아지게 된다. 심해지면 전씨처럼 척추관협착증이 생길 수 있다.

잘 알려지지 않은 병이라 추간판탈출증(디스크)와 혼동하기 쉽다. 디스크는 척추의 뼈 사이에서 쿠션 역할을 하는 추간판 일부가 빠져 나와 신경을 누르면서 통증이 생긴다. 허리 디스크 다음으로 많은 척추 질환이 바로 척추관협착증이다. 두 병은 증상도 좀 다르다. 디스크는 오래 앉아 있거나 몸을 굽힐 때 허리가 아프고, 누워서 다리를 들면 통증이 느껴진다. 이에 비해 척추관협착증은 주로 걸을 때 다리가 당기거나 저리거나 욱신거린다.

고도일 고도일병원장은 "디스크는 젊은이에게, 척추관협착증은 노인에게 많이 생기는 편인데, 최근엔 40대 이상의 비교적 젊은 연령대에도 척추관협착증이 증가 추세라 조기진단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초기에는 약을 먹거나 물리치료만 받아도 나아진다. 하지만 많은 환자들이 조금 아플 땐 참으며 치료를 미룬다. 시간이 지난 뒤 통증을 견디기 힘들어 병원을 찾으면 이미 병이 상당히 진행된 경우가 많다. 집안 어른들 중 허리 아프다 다리 저리다 하고 구부정한 자세로 걷거나, 걸을 때 아파서 가다 쉬다를 반복하는 사람이 있다면 척추에 문제가 생겼는지 진료를 받아볼 필요가 있다.

미세관 통해 약물 주입

척추관협착증 진단을 받은 환자의 10% 정도는 수술이 필요하다. 특히 신경이 너무 많이 눌려 다리에 마비가 와 아예 걷기가 불가능하거나 대소변 보기도 힘들다면 수술로 눌려 있는 신경을 풀어줘야 한다. 뼈를 일부 잘라내기도 한다.

문제는 척추관협착증 환자들이 대부분 고령이라 전씨처럼 이미 다른 병을 앓고 있어 수술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최근엔 이런 환자들에게 수술 대신 신경성형술을 하는 병원들이 늘었다. 부분마취 후 피부를 자르지 않고 척추신경이 지나가는 부위로 끝부분이 자유롭게 움직이는 지름 1mm의 미세한 관을 삽입해 약물을 넣고 눌린 신경을 복원해주는 시술이다.

전씨를 신경성형술로 치료한 고도일병원은 평균 나이 71.1세의 중증 척추관협착증 환자 184명을 대상으로 신경성형술 12개월 후 변화를 조사한 결과 환자의 82.6%가 통증이 호전됐다. 이 연구결과는 지난 9월 독일에서 열린 유럽통증학회 학술대회에 발표됐다.

신경성형술은 20~30분이면 끝나지만 결코 간단한 시술이 아니다. 미세한 관을 시술 부위에 접근시킬 때 신경을 건드리지 않도록 주의해야 하기 때문이다. 감염이나 재발 우려도 있기 때문에 반드시 숙련된 전문의에게서 시술을 받아야 한다.

고 원장은 "척추관협착증 환자는 척추관 안의 디스크나 뼈, 인대뿐 아니라 척추 주변 인대나 힘줄도 함께 약해져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신경성형술 후에는 인대강화주사 치료를 받으면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인대강화주사는 피 속 성장 인자들을 활성화시키고 혈액순환을 개선해 인대 회복을 돕는 치료법이다.

● 내 척추관 진단법과 예방법

나이가 40대 이상이면서 다음 같은 증상이 2달 이상 지속되거나 진행되면 일단 척추관협착증을 의심해볼 수 있다.

■허리는 물론 엉덩이와 허벅지 종아리까지 통증이 느껴진다.

■오래 서있거나 5분 이상 걸으면 한쪽 또는 양쪽 다리가 저리거나 시리다.

■통증 때문에 걷다 서다를 반복한다.

■통증 때문에 걷는 거리가 점점 줄어든다.

■심하면 다리 감각이 마비된 것처럼 느껴지거나 아예 걸을 수 없는 상태가 된다.

■통증이 있을 때 잠시 쪼그려 앉았다 일어나면 편해진다.

■허리를 앞으로 숙이면 통증이 덜하다.

별다른 병이 없어도 나이가 들면 자연스럽게 척추관이 좁아진다. 다음과 같은 습관을 들이면 그 속도를 늦춰 척추 건강을 오래 지킬 수 있다.

■척추 주위 근력을 키울 수 있는 스트레칭이나 운동을 규칙적으로 한다.

■걷기나 실내자전거처럼 강도가 비교적 일정하고 동작이 부드러운 운동을 선택해 주 5회 이상, 1회 30분 정도 한다.

■힘이 많이 들어가거나 순발력이 필요한 운동을 갑자기 하는 건 좋지 않다.

■무거운 물건을 들지 않는다.

■허리를 펴고 바른 자세로 생활한다.

■식이요법과 운동으로 정상 몸무게를 유지한다.

■척추의 칼슘 흡수를 방해하는 흡연과 술은 자제한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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