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한 잔은 꼭 마시는 커피, 밥값보다 비싸 부담됐는데 이젠 반값으로 마셔요"
가톨릭대 철학과 2학년 하민수씨는 요즘 '반값 커피'를 즐긴다. 하씨는 "한 번 이용해 보고 좋아서 피자나 삼겹살, 파스타 쿠폰도 구입해서 반값으로 먹었다"며 "학생 주머니 사정상 제 가격으로는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하씨가 비싼 외식을 반값으로 즐길 수 있는 것은 '가쿠가쿠' 때문이다.
'가쿠가쿠'는 경기 부천 가톨릭대 성심캠퍼스와 주변상권을 기반으로 한 대학가 최초의 소셜커머스. 소셜커머스는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활용해 일정 수의 구매자가 모이면 할인된 가격으로 상품을 제공하는 상거래 방식이다. 가톨릭대 재학생과 교직원이라면 누구나 '가쿠가쿠' 쿠폰을 구입, 학교 주변의 맛집을 반값에 이용한다. 이용해본 학생들의 뜨거운 호응을 받고 있는 가쿠가쿠를 만든 이는 알고보니 4명의 재학생들이다. 놀랍게도 이들은 6개월 전만 해도 소셜커머스에 문외한이었다는데 어떻게 뛰어들 생각을 했을까.
지난 4월 학부 선후배 사이인 양제웅(철학과 3학년)씨와 김영인(국문과 3학년)씨, 방정환(철학과 2학년)씨, 윤형준(철학과 2학년)씨는 학과 외 공부를 하는 학습 커뮤니티를 꾸렸다. 당시 한창 바람을 일으키던 소셜커머스를 주제로 정했다. 그때만해도 이들은 소셜커머스를 한 번도 이용해 보지 않은 상태. 양씨는 "기존 소셜커머스를 분석해보니 높은 수수료를 요구해 영세 상인들에게 오히려 피해를 주고, 소셜커머스를 이용하는 사람들 역시 일회성 방문에 그친다는 문제점을 발견했다"며 "이런 문제를 보완해 '우리가 해보면 어떨까'하는 생각에서 의기투합하게 됐다"고 말했다.
본격 착수 전 실험을 먼저 해봤다. 지난 6월 가톨릭대 근처 후미진 곳에 있는 카페와 협약을 맺었다. 목표는 쿠폰 100장을 파는 것. 그런데 6,000원짜리 커피를 반값에 마실 수 있다고 하니 152장이 나갔다. 기세를 몰아 삼겹살과 피자, 파스타를 파는 가게 3곳과도 협약을 맺었다. 일주일의 판매기간 동안 각각 74장과 45장, 41장의 '반값 쿠폰'을 팔았다. 이 음식점들은 새로 생겼거나 위치가 좋지 않아 학생들의 발걸음이 잘 닿지 않는 곳에 위치해 있지만 가본 이들은 음식이 맛있다고 생각한 곳들이다. 숨은 진주를 찾아내 모르는 소비자에게 싼 값에 연결시킨 셈이니 소비자인 학생이나 상인이나 서로 윈윈이다.
물론 처음에는 어려움도 따랐다. 상인들에게 '50% 이상 할인과 12~15%의 높은 수수료'를 요구하는 기존 소셜커머스 관행에 대한 편견이 작용했던 것. 더욱이 학생들이 하는 일이라 상인들이 긴가민가했다. 가쿠가쿠 협약점인 피자카페 운영자 박요나(40)씨도 처음에는 가쿠가쿠의 제안을 거절했다. 박씨는 "가쿠가쿠가 3% 수수료를 받는다고 하니 수익 보다는 학생 복지 차원에서 하려는 의지가 보여 흔쾌히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양씨는 "가쿠가쿠의 소셜커머스 성격과 역할을 학생들에게 소비자 권리를 누릴 수 있는 혜택을 주면서 지역사회 발전모델로써 제시한 게 학생들이나 상인들의 마음을 산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이들은 가쿠가쿠를 '지역기반형 소셜커머스'라 부른다. 가쿠가쿠 멤버들은 서울 중심의 기존 소셜커머스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경인권 대학가의 상권을 대상으로 가쿠가쿠의 범위를 넓혀나갈 계획이다.
권영은기자 you@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