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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태양광 사업 밀어붙이기냐 속도조절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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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태양광 사업 밀어붙이기냐 속도조절이냐

입력
2011.12.07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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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전진해야 하나, 아니면 숨을 골라야 하나.

한화그룹이 미래 먹거리로 야심 차게 추진하고 있는 태양광 사업을 놓고 깊은 고민에 빠졌다.

1년전 만해도 태양광은 미래 대체에너지로 주목 받으며 기업들이 앞다퉈 뛰어들었던 분야. 하지만 태양광 최대시장인 유럽이 재정위기에 휩쓸리고 글로벌 경기침체가 가시화되면서, 전 세계적인 태양광 투자도 함께 주춤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거의 모든 기업들이 태양광 투자를 유보 또는 연기한 상태다.

이 점에서 한화는 전 세계 기업 가운데 지금도 태양광에 투자하는 거의 유일한 기업으로 꼽히고 있다. 하지만 계속 밀고 가야 할 지, 다른 기업처럼 속도조절에 나서야 할 지 나름 고민도 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일단 한화는 최근의 시장상황악화에도 불구하고, 계열사인 한화케미칼을 통해 태양광 신규투자를 당초 계획대로 추진할 방침이다. 한화케미칼 관계자는 7일 "그룹 차원에서 폴리실리콘부터 잉곳-웨이퍼-태양전지(셀)-모듈에 이르는 태양광 사업의 수직계열화를 갖추기 위해 투자를 계속할 방침"이라며 "예정대로 내년 초에 폴리실리콘 공장을 착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화케미칼은 이와 관련, 향후 1조원을 투입해 전라남도 여수 국가산업단지에 연산 1만톤 규모의 폴리실리콘 공장을 건설, 2013년 하반기부터 상업가동에 나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폴리실리콘은 태양전지와 반도체 웨이퍼 등의 핵심소재다.

하지만 다른 국내 대기업들은 태양광 사업 신규 투자를 잇따라 철회하고 있다. LG화학은 2013년까지 5,000억원을 투자해 전남 여수에 연산 5,000톤 규모의 폴리실리콘 공장을 지을 계획이었으나 최근 이를 무기한 보류했다. SK케미칼 역시 약 2년 전부터 의욕적으로 추진하던 폴리실리콘 사업 추진 계획을 전면 백지화했다. 이 밖에 웅진그룹, 현대중공업 등의 태양광 사업을 추진하던 기업들도 최근 투자보류를 검토하고 있다.

이들 기업이 신규사업을 접거나 유보한 건 이미 세계 태양광 시장에서 '치킨 게임'이 가열화되고 있기 때문. 실제 국제 시장에서 폴리실리콘 판매단가가 2분기 1㎏당 62달러에서 3분기 52달러, 4분기 들어서는 30~33달러까지 떨어졌다. 그러다 보니 한화의 태양광 사업에 대한 '나홀로 전진'에 대해 "너무 무리하는 것 아니냐" "불확실한 사업에 너무 올인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유영국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2012년 유럽 재정위기 등 세계 경제 불확실성 감안할 때 업황은 어두운 편"이라며 "한화케미칼은 올해와 마찬가지로 2012년 1분기 이후에도 영업실적 회복 속도가 더딜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다른 일각에선 남들이 주춤할 때 선행투자를 하는 것이 결국은 시장선점으로 돌아올 것이란 낙관적 전망도 나온다. 실제로 유럽재정위기로 내년까지 폴리실리콘 가격은 하락세를 면치 못하겠지만, 업체들의 투자축소와 감산효과로 그 이후부터는 가격이 회복될 것이란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경기가 회복되면 국제유가가 올라갈 것이고 결국 대체 에너지원인 태양광에 대한 관심은 살아날 수 밖에 없다"면서 "뒤늦게나마 삼성이 삼성정밀화학을 통해 미국의 MEMC와 폴리실리콘 합작 공장을 추진 중이고 OCI도 폴리실리콘 생산능력 확대에 집중하는 걸 보면 한화만 무리하게 질주하고 있다고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백영찬 현대증권 연구원은 "세계 태양광 시장에서 치킨 게임이 이미 시작된 만큼 경쟁력 없는 업체들은 사라지게 될 것"이라며 "다른 기업들이 투자를 보류하는 상황에서 한화가 오히려 공격적 투자로 경쟁력을 갖추게 되면 시장을 선점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유인호기자 yi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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