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사퇴 의사를 밝힌 한나라당 유승민 원희룡 남경필 최고위원은 현재 홍준표 대표 체제로는 당이 처한 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하지만 위기 해법 제시에서는 당 해체와 박근혜 전 대표의 전면 등장 등을 놓고 온도 차이를 보였다.
당이 처한 위기 진단에서 3명의 최고위원들은 한결같이 10ㆍ26 재보선 이후 본격화된 당의 위기 상황에 대처하는 홍 대표 체제의 한계를 지적했다. 먼저 유 최고위원은 "중앙선관위에 대한 디도스 공격에서 당의 연루가 밝혀진 바는 없으나 그 사건에 대해 당이 무기력하게 대처한 데 책임을 많이 느껴 사퇴 결심을 굳혔다"고 밝혔다. 원 최고위원도 "홍 대표 체제와 박근혜 대세론으로는 안 된다"며 "이 상황을 만든 당사자들의 처절한 반성이 있어야 한다"고 언급했다. 남 최고위원 역시 "내부에서 (혁신을) 해보려고 했는데 계파의 장벽, 당 대표가 갖고 있는 인식의 차이 때문에 그 공간을 도저히 열 수 없다는 판단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당이 나가야 할 방향에 대해서는 3명 최고위원 간 의견 차이가 드러났다. 유 최고위원은 "한나라당은 다시 태어나 이 나라와 국민을 지켜야 한다"면서 "한나라당에게 마지막 기회를 허락해 주기를 국민 여러분께 간곡히 호소한다"고 말했다. 현재의 당 골간을 유지한 채로 박 전 대표가 전면에 나서서 치열한 쇄신 과정을 겪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남 최고위원도"당이 혁명적으로 혁신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며 "당의 혁명과 혁신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해 일단은 현재의 틀을 유지한 채 치열한 쇄신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주장에 힘을 실었다.
반면 원 최고위원은 "지금처럼 폐쇄적이고 수동적인 모습으로는 박 전 대표가 아니라 박정희 전 대통령이 나와도 안 된다"며 "건강하고 개혁적인 보수 정당을 만들기 위해 한나라당은 철저하게 해체해야 한다"고 말했다. 당을 해체하고 신당을 창당함으로써 완전하게 새로운 모습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주장인 셈이다.
한나라당의 앞날을 예측하는 정치 전문가들의 의견도 엇갈렸다. 김종인 전 청와대 경제수석은 "10ㆍ26 재보선에서 보듯이 이미 제도권 정당은 존재 가치를 상실했다"며 "정치 시장이 존속하려면 여야도 기업과 마찬가지로 창조적 파괴를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하지만 김민전 경희대 교수는 "국민들은 당 대표가 바뀌는 것에 큰 관심이 없다"며 "디도스 공격 등 최근 쏟아진 각종 의혹들의 진실을 규명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우선 할 일"이라고 말했다.
김성환기자 bluebir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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