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오 경찰청장은 국무총리실의 수사권 조정 입법예고안에 항의해 6일 명예퇴직을 신청한 박동주 서울 성북경찰서 형사과장(경정ㆍ경찰대 7기)의 사표를 수리하지 않을 뜻을 내비쳤다.
조 청장은 7일 기자간담회에서 박 과장의 사표 수리에 대한 질문을 받고 "직을 내놓으려면 내가 내놓아야지 일선 과장이 내놓으면 되겠느냐"고 말했다. 이 발언은 박 과장의 사표를 반려해 일선의 동요를 막기 위한 목적이지만, 총리실의 입법예고안이 경찰 입장을 반영하지 않은 채 확정될 경우 조 청장 본인도 사퇴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된다. 경찰 관계자는 "조 청장이 현안과 관련해 거취 문제를 연결시킨 적이 없다"며 매우 이례적이라고 했다.
조 청장은 "이런 일로 성실하게 일도 잘하는 경찰이 그만두면 국민에게 손실이 되고 치안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 자리에서 "총리실 안은 일선 경찰이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수준"이라고 말해 일선 경찰과 뜻을 같이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조 청장은 "청와대도 우리를 도우려 한다. 총리실의 일방적인 안을 통과시키지 않으려고 노력 중이다. 차관회의에 앞서 입법예고안이 개정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입법예고안 개정 방향과 관련, 그는 "내사 부분은 지난 6월에 국회를 통과한 개정 형사소송법의 정신을 지키고 검찰의 입건 지휘나 수사 중단, 송치 명령 관련 조항은 삭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 청장은 "총리실 입법예고안을 수정하기 위해 노력해서 안 되면 형사소송법 개정을 추진할 것"이라면서 "수사권과 관련해 우리 의사를 표명하되 집단행동이나 국가기강 문란으로 비치지 않도록 경찰 조직 내 극단주의는 배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일선에서는 검찰의 수사지휘에 정면 반발하는 등 검ㆍ경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안동현 서울 영등포경찰서 수사과장은 이날 고급 외제차를 고의로 파손한 뒤 보험금을 챙긴 사건에 대해 "주범 3명에 대한 구속영장을 두 차례나 신청했으나 서울남부지검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사건을 그대로 송치하도록 했다"며 "주범들이 부인하는 상태에서 자백한 공범 3명에 대한 보복, 증거인멸 우려가 있는 데도 검찰이 받아들이지 않은 것은 납득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안 과장은 "사실상의 수사중단 송치명령이며 경찰의 수사권에 대한 심각한 침해"라고 규정했다. 안 과장은 언론 보도자료에도 이 같은 내용을 명시했으며 경찰이 특정 사건을 놓고 검찰의 수사지휘에 공개 반발하기는 처음이다.
반면 검찰은 "담당검사가 성실하게 수사기록을 검토한 결과를 토대로 보완수사 지휘를 하고 있는 사안"이라며 안 과장의 주장을 일축했다.
정민승기자 ms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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