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이 사장단 인사를 단행했다. 겉으로만 보면 예년 수준의 '안정'지향적 인사로 보이지만, 내용적으론 상당한 파격과 변화를 예고하는 인사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삼성그룹은 7일 권오현 삼성전자 DS사업총괄 사장과 정연주 삼성물산 대표이사 사장을 부회장으로 승진시키는 것으로 골자로 한 2012년 정기사장단 인사를 실시했다.
부회장 승진 2명에, 사장 승진은 6명. 부회장 2명과 사장 9명 등 11명이 승진한 지난해 인사와 비교하면 '소폭'이고, 세간의 관심을 끈 여성 사장도 탄생하지 않았다.
하지만 삼성은 올해 이례적으로 사장단에 대한 수시인사를 이미 몇 차례 단행했기 때문에, 전체 교체 폭 자체도 결코 작은 것은 아니다. 6월엔 내부 비리문제가 불거진 삼성테크윈 사장을 바꿨고 7월엔 실적부진책임을 삼성전자의 LCD담당사장을 경질했다. 지난달엔 경쟁병원 대비 성과부진에 대한 책임추궁 및 의료사업 선진화 취지에서 삼성의료원장직을 없애고 삼성서울병원 지원총괄사장직을 신설했다. 계열사 사장 뿐 아니라 그룹 사령탑인 미래전략실도 전면 개편, 차장직을 신설하고 산하 팀장들도 대부분 교체했다. 그런 연장선상에서 보면, 이날 정기인사로 새롭게 짜여진 삼성 사장단 면면은 상당규모의 인적 교체와 세대교체가 이뤄진 것으로 봐야 한다는 게 삼성 내부의 시각이다.
사장단 인사의 키워드는 그룹총수인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밝힌 대로 '신상필벌'의 원칙. 이미 지난 7월 수시인사에서 삼성전자의 부품 쪽 총괄책임을 맡았던 권오현 사장은 이번에 부회장으로 승진, 기존 경영일반과 완제품을 담당하는 최지성 부회장과 함께 명실상부한 '투톱'체제를 구축하게 됐다. 비록 대표이사는 최 부회장이 단독으로 맡지만, 권 사장의 승진은 그 동안 완제품에 가려져 있던 부품 사업의 중요성이 커졌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정연주 사장의 부회장 승진도 같은 맥락. 정 부회장은 2003년부터 7년 동안 삼성엔지니어링 사장을 맡으며 탁월한 경영성과를 보였는데, 이번 승진에 대해 삼성 관계자는 "건설 부문의 해외 경쟁력을 높이라는 주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와 함께 강호문 삼성전자 중국법인 부회장이 삼성전자 부회장으로 옮겨오면서 이윤우 부회장이 담당했던 대외협력업무를 맡게 됐다.
사장급에선 '젊은 리더'들이 대거 발탁됐다. 삼성 사장단의 평균 연령도 56.3세에서 55.8세로 낮아졌다. 우선 삼성전기 최치준 부사장이 대표이사 사장으로 내부 승진했으며, 감사통인 김봉영 삼성SDS 부사장은 삼성에버랜드 대표이사 사장으로 임명됐다. 또 ▦삼성BP화학 대표이사사장에는 이동휘 삼성물산 부사장 ▦삼성화재 대표이사 사장에는 김창수 삼성물산 부사장 ▦에스원 대표이사 사장에는 윤진혁 일본법인 부사장 등이 승진 기용되는 등 해외 및 신성장분야 전문가들이 주로 발탁됐다.
특히 개발자 출신으론 처음으로 이철환 삼성전자 부사장이 사장(무선사업부 개발담당)에 승진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전보인사 역시 ▦제일모직 대표이사에 박종우 삼성전기 사장 ▦삼성자산운용 대표에 박준현 삼성전자 사장 ▦삼성증권 사장에 김 석 삼성자산운용사장이 임명되는 등 국제감각을 지닌 전문가들이 주요 포스트를 차지했다. LCD 사업을 이끌었던 장원기 삼성전자 사장은 중국법인 사장으로 이동했다.
오너 일가 중에선 이건희 회장의 둘째 사위인 김재열 제일모직 사장이 삼성엔지니어링 경영기획총괄 사장으로 유일하게 자리를 옮겼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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