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광래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취임 1년 5개월여 만에 지휘봉을 반납하게 됐다. 예상하지 못했던 결과다. 대한축구협회는 최근 성적 부진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았던 조 감독으로부터 대표팀 지휘봉을 거둬 들이기로 내부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TV 방송의 보도로 조 감독의 경질 사실이 알려졌고 대한축구협회는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지만 사령탑 교체에 무게를 두고 논의를 진행한 사실을 시인했다.
대한축구협회 한 관계자는 7일 "2014년 브라질 월드컵 본선 진출을 위한 최선의 방법을 놓고 기술위원회에서 꾸준한 논의가 진행돼 왔다"라고 에둘러 말했지만 박태하 대표팀 코치는 "조 감독이 대한축구협회로부터 경질 통보를 받았다"고 전했다.
감독 경질은 일반의 예상을 뛰어 넘은 극약 처방이다.
조 감독은 '2014년 브라질 월드컵 8강'을 목표로 제시하고 의욕적인 행보를 보였다. 최근 기대를 밑도는 성적을 보였지만 젊은 선수를 발굴하고 '빠른 패스를 통한 공격적인 축구'를 모토로 내걸어 한국 축구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는 평가도 받았다. 대한축구협회도 조 감독 취임 당시 "아시안컵 등 성적을 바탕으로 사령탑을 흔들지 않겠다"고 거시적인 관점에서 대표팀을 지켜보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나 조 감독은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아시아 지역 3차 예선에서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지 못했고 결국 중도 사퇴의 시련을 겪게 됐다. 지난 8월 숙적 일본과의 친선 경기에서의 치욕적인 0-3 패배가 도화선이 됐고 지난달 브라질 월드컵 아시아 지역 3차 예선 중동 원정 2연전에서의 졸전이 치명적인 악영향을 미쳤다.
지난 1월 카타르 아시안컵은 조광래 감독의 1차 시험 무대로 평가됐다. '조광래호'는 1차 관문을 무사히 통과했다. 비록 우승에는 실패했지만 지동원(20ㆍ선덜랜드), 구자철(22ㆍ볼프스부르크), 이용래(25ㆍ수원) 등 새 얼굴을 등용해 빠르고 정교한 패스워크를 바탕으로 한 공격 축구로 팬들에 강한 인상을 남겼다.
그러나 아시안컵을 끝으로 박지성(30ㆍ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이영표(34ㆍ밴쿠버)가 태극 마크 반납을 선언한 후 '조광래호'는 중심을 잡지 못했다.
6월 국내에서 열린 친선 경기에서 가나, 세르비아를 연파하며 희망을 밝혔지만 8월 삿포로에서 열린 일본과의 친선 경기에서 0-3으로 완패했고 이후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아시아 지역 3차 예선에서 기복 심한 경기력으로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지난달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46위에 불과한 레바논과의 원정 경기에서 1-2로 패배한 것은 들끓던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한국은 3승1무1패(승점 10)로 B조 1위를 달리고는 있지만 내년 2월 쿠웨이트와의 최종 경기 결과에 따라 최종 예선 진출 여부가 결정되는 불안한 처지에 놓여있다.
또 대한축구협회와 잦은 불협화음을 낸 것도 경질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조 감독은 올림픽 축구대표팀과의 선수 중복 차출을 놓고 이회택 전 기술위원회 위원장 등 대한축구협회 수뇌부와 심각한 갈등을 빚어왔다.
김정민기자 goavs@sp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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