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으로 멸종 희귀종인 국내 유일의 그레비 얼룩말이 숨을 거뒀다.
서울대공원은 1980년생인 암컷 그레비 얼룩말 '젤러'가 지난달 28일 서울동물원에서 자연사했다고 7일 밝혔다. 얼룩말의 평균 수명은 25살이라 젤러는 장수한 편이다.
젤러는 1983년 3살 남짓 어린 나이에 수컷 세 마리와 함께 독일에서 국내로 들어 왔다. 사육사들은 콧대가 높은 젤러에게 매혹적인 여성 스파이로 유명한 마타하리(새벽의 눈동자)란 이름을 붙여줬다.
생전에 젤러는 수컷들과의 합사를 거부했다. 동물원 측은 얼룩말로는 청년기인 10살부터 수컷들과 합사를 시도했으나 번번이 실패했다. 젤러의 뒷발에 차인 수컷 3마리는 모두 쇼크사했다. 이로 인해 젤러에게 '남편을 잡아먹는 말'이라는 뜻으로 팜므파탈에 빗댄 '팜므파말'이라는 별명도 붙었다.
이는 자연의 순리를 거스른 때문으로 분석된다. 그레비 얼룩말은 원래 에티오피아ㆍ소말리아ㆍ케냐 북부 등 아프리카 동부에서 10∼12마리씩 떼를 지어 서식하는데 나이 많은 수컷이 리더 역할을 한다. 임신기간은 약 13개월이며, 5∼8월 한 배에 한 마리를 낳는다.
짝짓기를 거부한 젤러는 혼자 지냈다. 동물원은 몇 년 전부터 블레스복이라는 영양을 함께 살게 했지만 젤러는 외면하며 단 한번도 곁에 가지 않았다.
함계선 사육사는 온순한 젤러가 유독 짝짓기 때 난폭해진 것에 대해 "여러 수컷 중 한 마리를 선택하는 야성을 버리지 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레비 얼룩말은 어깨 높이 1.4~1.6m로 얼룩말류 중 가장 크다. 멸종위기 Ⅰ급 동물로, 세계적으로 2,000여 마리밖에 남지 않았다.
김청환기자 ch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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