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호 통재라 우리 동포여 예전에 우리가 아프리카 토인종을 불쌍히 여겼더니 오늘에 이르러서는 어찌 그들이 우리를 더욱 불쌍히 여기게 될 줄 알았으리오"
대한매일신보는 1907년 6월 21일자에서 국치를 한탄했다. 1903년 오사카박람회에서 조선 여인 두 명을 '학술인류관'에 전시했던 일본이 그 해 3월 도쿄박람회에 다시 한번 조선인 남녀를 전시했기 때문이다. 각종 진귀한 볼거리와 여흥거리를 모은 이곳에서 상투를 튼 남성과 치마 차림의 여성이 난간을 사이에 두고 희귀동물처럼 선보였다. 8일 밤 10시 방송하는 KBS 1TV '역사스페셜'은 조선인을 동물처럼 취급한 국치민욕의 사건을 되새긴다.
조선인 전시는 일본의 폭력적인 인류학이 주도했다. 일본의 인류학자 쓰보이 쇼고로 등은 1903년 오사카에서 열린 제5회 내국권업박람회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았다. 이들은 대규모 박람회장에 350평 규모의 공간에 '학술인류관'을 만들어 하루에 1,000명 이상의 관객을 끌어들였다. 일본 관람객들을 교육시킨다는 명목 아래 대만인, 일본 홋카이도의 아이누인, 오키나와의 류큐인 등과 함께 두 명의 조선 여성을 전시했다.
일본의 인류학은 제국주의를 위해 봉사했다. 열등한 사람을 배제하고 우월한 사회를 만들겠다는 생각은 제국주의 이데올로기의 하나였다. 한센인 강제 불임수술이나 전 국민 보건캠페인은 '건강한 국민이 되어야 한다'며 그렇지 못한 인구를 도태시키려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프로그램은 일제 강점기에 일본이 몰두한 '체질인류학'에 대해서도 살펴본다.
고경석기자 kav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