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세군 자선냄비에 1억1,000만 원짜리 수표가 담겨 있었다는 소식은 우리모두를 흐뭇하게 한다. 익명의 후원자는 '거동이 불편하고 소외된 어르신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라는 글도 남겼다. 그의 '작은 성의'는 구세군 측의 약속대로 어르신들의 복지 향상에 쓰이겠지만 그의 커다란 사랑은 온 국민에게 마음의 복지를 베풀어 주고 있다.
길거리 자선냄비에 거금을 넣었다는 사실보다 우리를 더욱 감동케 하는 점은 사랑과 기부에 대한 후원자의 마음이다. 60대로 보이는 그는 깔끔한 정장차림으로 다가와 구세군사관학교 어린 학생에게 정중하게 인사한 뒤 "좋은 곳에 써달라"는 말만 남겼다고 한다. 기부나 사랑이 어렵고 힘든 이웃에게 그저 베푸는 시혜나 원조만이 아니고 경건하게 예의를 갖춰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스스로 실천한 것이다. 편지에 "항상 좋은 일을 하시는 구세군께 존경을 표합니다"라고 말한 것에서도 그의 마음을 잘 읽을 수 있다.
그 동안 '익명'이라는 이름으로 기부와 사랑을 실천한 많은 사례들처럼 이번 소식도 자신과 주위를 살펴보는 좋은 계기가 되고 있다. 마지못해 수백~수천억 원의 재산을 사회에 내놓으면서 용처와 방법에 영향력을 유지하려는 행위가 안타깝고 민망하게 여겨지는 이유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일반 국민 3명 중 1명은 평소 현금이나 물품, 업무와 재능 등으로 기회 있을 때마다 기부를 실천하고 있다고 한다. 강퍅해 보이는 사회가 온전하게 지탱되어가는 훌륭한 버팀목이 아닐 수 없다.
구세군 자선냄비 모금은 24일 성탄 전야까지 이어지며,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사랑의 열매 캠페인은 내년 1월 말까지 계속된다. 양대 모금행사 모두 1일 시작됐으나 예년에 비해 국민들의 관심이 다소 덜한 모양이다. 진정으로 하는 기부라면 실명이든 익명이든, 액수가 많든 적든 사랑의 전파력은 확산될 수밖에 없다. 자선냄비가 펄펄 끓고 사랑의 온도계가 100도까지 올라간다면 우리는 충분히 훈훈한 사회에서 살고 있다고 자부해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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