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만 앞당기면 돈 다발이 쏟아지는 여자마라톤이야 말로 노다지 종목이다."
임상규 삼성전자 육상단 총감독의 말이다. 그는 "남자마라톤은 세계 최고기록이 2시간3분 초반에 이르러 따라잡기가 불가능하지만 여자마라톤은 2시간20분대 중반이면 메이저 대회에서 충분히 통할 수 있는 기록"이라고 말했다.
실제 여자 최고기록은 파울라 래드클리프(영국)의 2시간15분25초이지만 수년간 하향세가 뚜렷하다. 2009년~11년 동안 2시간18분~22분대가 '넘버1'을 기록했을 정도다. 따라서 2시간25분대에 결승선을 통과해도 메이저대회 월계관을 손에 넣을 수 있었다. 권은주의 한국최고기록 2시간26분12초(1997년)에서 불과 1분만 앞당기면 된다.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다. 현역 1,2위 이선영(27·SH공사)과 김성은(22ㆍ삼성전자)이 각각 2시간27분48초와 2시간29분27초에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참담한 현실의 빗장문을 열기 위해 일본 여자마라톤 올림픽 금메달을 조련한 후지타 노부유키(71) 전 감독이 한국을 찾는다.
후지타 감독은 2004년 아테네올림픽에서 노구치 미즈키를 앞세워 여자마라톤을 제패했다. 13일 입국하는 그는 강원도청 마라톤 팀에서 강도 높은 특훈을 실시할 예정이다. 강원도청 최선근 감독은 "후지타 감독과 18년에 걸친 인연이 계기가 돼 초청하게 됐다"며 "15년째 뒷걸음질 하고 있는 한국여자마라톤에 새 바람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희를 넘긴 나이지만 일본육상경기연맹 고문으로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후지타 감독은 중장거리와 역전대회를 중시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최 감독은 "후지타가 이세정(강원도청)과 김도연(서울체고), 현서용(상지여고) 등을 중점 지도할 예정"이라며 "김도연과 현서용이 5,000m를 올림픽과 세계선수권 여자마라톤 메달가능권인 15분55초~16분10초대 기록을 보인 것에 대해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세정은 3,000m장애물경기에서 전국체전 2연패를 달성했고, 김도연은 제57회 경부역전마라톤에서 두 차례나 소구간 1위에 올라 자신감에 충만해 있다. 여고 2년생 현서용도 올 전국체전 5,000m와 10km에서 대회신기록으로 맨 먼저 결승선을 끊은 바 있다.
최 감독은 "후지타 감독이 이들의 몸 상태와 체력을 관찰하고 1주일간 각 선수들에게 맞는 맞춤ㆍ고지훈련 스케줄을 짤 예정이다"고 덧붙였다.
최형철기자 hc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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