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은 제게 특별했지만 매우 힘든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나는 가수다'를 통해 졸지에 스타가 됐고, 그간 나 자신이 많은 걸 숨기고 살아왔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아직도 프로가 안 됐는지 미숙합니다. 이 리메이크 앨범이 제겐 '시작'인 것 같습니다."
MBC '나는 가수다'로 화려하게 복귀한 '포효하는 호랑이' 임재범(48)이 새 앨범 '풀이(Free)'를 발표한다. 5집 '공존' 이후 7년 만인데, 정규 앨범이 아닌 기존 곡들을 다시 부른 리메이크 앨범이다. '나가수'에서 불러 화제가 됐던 윤복희의 '여러분', 남진의 '빈잔'을 비롯해 양희은의 '아침이슬' 그리고 스티비 원더, 딥 퍼플, 엘튼 존 등의 팝 넘버를 수록했다. 임재범은 15일 앨범 발매(온라인은 8일)를 앞두고 7일 서울 강남구 한 콘서트홀에서 쇼케이스를 열고 기자들과 만나 음악활동에 대한 계획을 밝혔다.
한동안 정규 앨범을 내놓지 않았던 임재범이 리메이크 앨범을 먼저 내놓게 된 데엔 소속사의 영향이 컸다. 백지영과 2PM의 택연이 부른 댄스 곡 '내 귀에 캔디'를 록 스타일로 부른 것도 그 때문이다. "이 노래를 처음 제의 받고 당황했어요. 예전 같으면 못 한다고 고집을 피웠을 텐데, 소통해야겠다는 생각 반, 주위의 종용 반으로 하게 됐어요."
앨범 제목 '풀이'는 임재범에게 '한풀이'이자 다음 앨범을 위한 건널목을 뜻한다. "맹장수술 때문에 '나가수'에서 하차해 부르지 못했던 곡들"을 담은 이 앨범은 록 앨범을 내기 위한 포석이기도 하다. "무조건 록을 하고 싶었지만 갑자기 풀어내면 문제가 생길 수도 있고 나 때문에 기뻐하는 사람이 있다면 내 고집을 꺾고 해보려고 합니다." 그는 가장 마음에 드는 곡으로 '아침이슬'을 들며 "진실성이 묻어나는 노래"라고 말했다.
임재범은 이날 '소통'이란 단어를 되풀이 말했다. 자기만의 세계에 빠져 대중과 소통하지 못했던 것에 대한 반성일까. 올해로 데뷔 25년을 맞은 그는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청년 임재범에게 "먼저 소통하라고, 음악은 나누는 것이지 독식하는 것이 아니라고 말해주고 싶다"고 했다. 신중현의 아들 신대철이 이끄는 헤비메탈 밴드 시나위로 1986년 데뷔한 그는 국내에서 보기 드문 목소리로 주목을 받았다. 집안에 처박혀 "나를 따라올 사람은 없다는 착각" 속에 살았던 시기였다. 방황의 세월을 보낸 뒤 그는 암 선고를 받고 투병 중인 아내와 가족을 지키기 위해 대중과 소통을 시작했다.
그는 툭 하면 '잠수'를 타는 기인으로 유명하다. 함께 록 밴드를 했던 동료들은 물론 소속사 식구들도 그가 다시 사라지지 않을 거라고 믿지 않는다. 새 밴드 결성에 애를 먹는 것도 '자업자득'이라고 그는 말했다. "잃어버렸던 꿈을 되찾기 위해 여러 친구들에게 연락을 해봤는데 팀 깨고 도망가던 내 전력 때문에 안 하려고 해요. 나 많이 바뀌었으니 해보자고 해도 아직은 주춤하더라고요. 제 잘못이죠. 그래도 내년엔 구체화될 것 같습니다." 아울러 그는 앞으로 야누스처럼 로커이면서 발라드 가수로 활동하고 싶다고 했다.
정규 6집은 내년에 발표할 예정이다. 어떤 것이든 독단적으로 판단하고 거부하지 않을 생각이란다. TV 토크쇼 등 출연도 마다하지 않겠다고 했다. 내년엔 더 많은 콘서트를 열고 해외 진출도 노려볼 생각이다. "꿈으로만 끝날 수도 있지만 '그래미상'이 목표입니다. 예전엔 아무런 목표도 없었는데 이제 생긴 거죠. 작전도 있습니다. 미국 공연 때 현지 스태프 중 한 명이 그래미 심사위원이었거든요. 최선을 다하면 5년 내 꿈이 이뤄지지 않을까요?"
고경석기자 kav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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