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 조계종의 최고 어른인 종정(宗正)에 누가 새로 추대될 지 불교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원로회의 의원 24명과 총무원장, 종회 의장, 호계원장 등 27명으로 구성된 조계종 종정 추대위원회는 14일 회의를 열어 제13대 종정을 추대하기로 확정했다. 종정 추대는 가톨릭 교황 선출처럼 만장일치로 이뤄진다. 11대 종정에 올라 한 차례 연임한 현 종정 법전(85) 스님은 내년 3월 25일 임기가 끝난다.
임기 5년에 한 차례 연임할 수 있는 조계종의 종정은 한국 불교계의 최고 정신적 지도자이자 불법의 상징으로 꼽힌다. 특히 종정은 중요 시점마다 법어(法語)를 내려 불가(佛家)뿐만 아니라 세속에도 가르침을 전한다.
이 때문에 그 동안 조계종 종정에는 최고의 선승(禪僧)들이 추대돼왔다. 성철 스님을 비롯해 효봉, 청담, 고암, 서옹, 서암, 월하, 혜암, 법전 스님 등이다.
현재 차기 종정 후보로 하마평에 오르고 있는 스님은 인천 용화사 선원장 송담(松潭ㆍ84), 대구 동화사 조실 진제(眞際ㆍ77), 화동 쌍계사 조실 고산(杲山ㆍ77), 전 총무원장 지관(智冠ㆍ79) 등이다. 이들은 모두 수십 년간 참선에 몰두해 온 선승과 율사로 종단 안팎의 두터운 신망을 받고 있다.
특히 송담과 진제 스님은 한국 불교계를 대표하는 선승으로 꼽힌다. 두 스님은 중국 당나라 때 ‘남(南)설봉 북(北)조주’에 빗대어 ‘남 진제 북 송담’으로 불린다. 향곡 선사로부터 깨달음을 인가 받은 진제 스님은 지난 9월 미국 뉴욕 맨해튼의 리버사이드교회에서 대법회를 열어 현지에서 주목을 받았다. 진제 스님은 저명한 신학자 폴 니터 교수와 대구 동화사와 미국 뉴욕 유니언 신학교에서 두 차례 만나 ‘종교 평화 대화’를 갖기도 했다.
고산 스님은 2008년 스님들의 ‘면허’라 할 수 있는 계(戒)를 수여하는 전계(傳戒) 대화상(大和尙)에 추대됐을 정도로 종단 최고의 율사(律師)다. 종단 최연소 강원(講院) 강사, 동국대 총장 등을 지낸 지관 스님은 불교계의 대표적인 학승(學僧)으로 이름이 높다.
하지만 송담 스님은 일찍이 종정 후보에 거론되고 있지만 수행 이외의 사판(事判)에는 전혀 관심을 두지 않고 외부와 접촉을 끊은 채 수행에만 정진하고 있다. 심지어 사진을 찍지 않아 변변한 얼굴 사진도 하나 없을 정도다. 지관 스님은 추석 연휴 직후 지병인 천식 치료 차 입원한 상태라 건강에 차도가 있지 않는 한 종정에 추대되기 어려운 분위기다.
이에 따라 새 종정 후보는 사실상 진제와 고산 두 스님으로 압축되고 있다. 2014년 차기 총무원장에 재출마할 가능성이 높은 자승 총무원장이 어느 쪽에 무게를 둘지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종정은 실권은 별로 없지만 조계종 최고 어른이자 권위의 상징이어서 종정 추대를 둘러싸고 문중 간 경쟁이 치열하다. 과거에는 종정 추대를 놓고 문중 간 혹은 종단 실력자 간 불협화음이 없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에는 올해 조계종단이 최대 과제로 추진하고 있는 ‘자성과 쇄신 결사운동’에 발맞춰 최대한 잡음 없이 종정을 추대하자는 분위기다. 다만 고산 스님의 경우 상좌인 영담 스님이, 진제 스님의 경우 상좌는 아니지만 대구 동화사 주지 성문 스님 등이 추대에 앞장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계종 총무원 관계자는 “원로회의에서 종단의 위상을 훼손하지 않고 종정을 바르게 모시자는 공감대가 생겨 새 종정 추대가 조용한 분위기에서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권대익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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