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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문학계 새별 정세랑 첫 소설집 '덧니가 보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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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문학계 새별 정세랑 첫 소설집 '덧니가 보고 싶어'

입력
2011.12.07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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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의 농담이 되고 싶어요. 술자리에서 '얘 진짜 웃겨' 그런 반응이 나오는."

확실히 요즘 젊은이들은 쫄지 않는다. 스스럼 없이 자기 소설이 술자리의 농담거리가 되길 원한다는 정세랑(27)씨. 본격 문학과 장르문학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다지만 아무래도 장르문학이라면 낮잡는 경향이 엄연한데도, 그의 대답은 '장르작가면 뭐 어때'다.

대학 졸업 후 주로 시집 편집을 담당하며 몸 담아 일해왔던 곳은 본격 문학계. 그렇지만 그가 지난해 단편으로 데뷔한 곳은 장르문학 잡지였다. "'장르문학 쓰게 되었어요' 했더니 다들 벙찐 표정을 짓거나 갸우뚱했다"는데, 그의 생각은 좀 다르다. "장르문학이나 본격문학 양쪽 다 관심을 가져왔는데, 작품만 보면 그 경계가 허물어진 상황이라고 봐요. 장르문학에도 문학성이 뛰어난 작품도 많은데. 다만 사람들이 나뉘어져 있어서 서로를 잘 모르는 것 같아요."

문학적 권위 앞에서 쫄지 않는 이런 태도가 상상력의 족쇄마저 거침없이 풀어놓았다고 할까. '장르문학계 새별'이라는 그의 첫 장편소설 (난다 발행)엔 새콤달콤한 갖가지 이야기들이 막 병마개를 딴 탄산 음료처럼 톡톡 샘솟는다.

이야기의 얼개는 장르소설가인 재화와 사설경비업체 직원인 용기의 로맨스. 재화는 용기와 헤어진 뒤 자신의 소설에서 용기를 닮은 인물을 등장시켜 죽이는데, 그 순간 용기의 피부에 재화의 소설 속 글귀가 문신처럼 나타난다. 작품의 알짜는 이런 줄거리가 아니라 소설 속에서 재화가 쓰는 9편의 짧은 이야기다. 처녀 공물을 요구하는 용이 나오는가 하면 뼈나무에 풍장을 하는 늑대족이 등장하고, 마릴린 먼로를 닮은 정서불안의 소녀 로봇이 업그레이드를 거부하는 투쟁을 벌인다. 17세기 조선 기생에서 22세기의 소녀 로봇에다 얼음나라에서 우주 크루즈까지, 세계의 주름을 접었다 폈다 하는 이야기들이 신출귀몰한다. 제멋대로지만 화려하고, 엉뚱하지만 묘한 마법이 깃든 듯한, 총천연색 물감의 바디 페인팅 같은 소설이다.

쟁여뒀다 한 편씩 써먹을 법한 이야기들을 한 권에 몰아 넣은 데는 '나, 이 정도 한다'는 자신감도 없지 않을 터다. 그는 "세계가 다채로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첫 책이니 만큼 제 자신을 보여주기 위해 전력을 다했다"고 말했다.

소설의 또 다른 특장은 젊은이들의 감각이 고스란히 밴 입말과 재치 있는 대화다. "친구들이 쓰는 언어나 농담을 최대한 살리려고 노력해요. 최근에 재미있는 프러포즈를 들었는데 이런 거예요. '우리 둘이 좀비가 되면 싱싱한 고기는 늘 너한테 양보할게.' 너무 웃겼는데, 이런 건 받아 적어놔요."

가벼워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지만, 세상을 너무 가볍게만 보려는 것은 아닐까. 이런 '꼰대'의 우려에 그는 이렇게 답했다. "요즘 세대들이 짧고 속도감 있는 표현을 좋아하는데, 그런 게 생각이 없거나 깊이가 없기 때문은 아니에요. 그 가벼움 속에서 더 즐겁고 더 재미있는 것들을 많이 만들 수 있지 않을까요?"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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