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에게 우회로는 남아 있지 않다. 부자 몸조심 식의 신중한 자세도 더 이상 유효하지 않게 됐다. 수도권 의원들의 탈당 움직임에 이어 7일 원희룡 남경필 유승민 등 최고위원 3명이 혁명적인 쇄신을 요구하며 동반 사퇴하는 등 한나라당이 창당 이래 최대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박 전 대표가 그 동안 취했던 것처럼 홍준표 대표 체제를 병풍 삼아 대세론에 안주하기에는 민심이반이 너무 심각하다.
당내에서는 박 전 대표가 당을 맡아 총선을 치르자는 한나라당 유지ㆍ혁신론, 박 전 대표를 중심으로 새로운 정당을 만들자는 박근혜 신당론, 아예 박 전 대표도 배제하고 지역화합과 중도를 지향하는 세력이 모이자는 중도신당론 등 온갖 의견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런 논의의 줄거리가 전혀 잡히지 않았지만, 그 중심을 관통하는 메시지는 지금 이대로 있어서는 모두가 몰락한다는 것이다.
박 전 대표가 어떤 길을 택할지 고민이 많겠지만, 한 가지 분명한 점은 전면에 나설 때가 됐다는 것이다. 박 전 대표와 측근들은 총선에서는 가급적 나서지 않고 대선에서의 한 판 승부로 대권을 거머쥐는 전략을 짜왔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그렇게 한가한 생각을 할 때가 아니고, 전면에 나서되 무엇을 어떻게 하느냐를 심사숙고해야 하는 상황이다.
지금 중요한 것은 정확한 현실인식과 통렬한 반성이다. 사상 최대 표차로 대선에서 승리한 이명박 정부가 4년 만에 몰락하게 된 데는 경제위기와 사회적 양극화 심화라는 외생변수 외에도 지역, 학교, 인연에 매몰된 인사, 절차와 순리를 무시한 국정운영, 소통과 화합이 배제된 정국운영 등 내생적 과오가 도사리고 있다.
따라서 당을 유지하든 신당을 만들든 이런 잘못들을 반성하고 극복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자유선진당, 미래연합 등 옛 세력을 모두 모으는 보수대연합 식으로 가서는 미래가 없다. 보수의 가치를 지키되 건강한 상식, 유연한 사고, 열린 마음을 가진 새 세력을 주축으로 삼아야 한다. 이는 한나라당이나 보수세력을 위해서만이 아니라 한국 정치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서도 필요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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