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협상 테이블에 앉았지만 서로의 말이 다르다. 미국 진출을 선언한 정대현(33)의 메이저리그 계약이 여전히 지지부진하다.
정대현은 7일 새벽 갑작스레 귀국했다. 그는 "메디컬 테스트 자료를 보강하기 위해 귀국했다"며 "한국에서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 부분이다. 그런데 볼티모어에서는 확실히 하고 싶어한다. 이 부분만 해결되면 입단 계약서에 최종 사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스플릿 계약이 아닌 메이저리그 40인 로스터 계약임을 강조한 정대현은 국내 복귀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힘줘 말했다.
그러나 볼티모어 구단의 주장은 다르다. 볼티모어는 이미 2년 계약을 제시했고 그의 결정을 기다린다고 했다. 구단의 말대로라면 메디컬 테스트를 포함한 계약 세부 사항에 대해서는 의견 조율을 모두 마친 셈이다. 볼티모어와 계약할지 말지 선택권이 정대현에게 있다는 얘기다.
풀어보면 핵심은 메디컬 테스트다. 이번에 이슈가 되고 있는 부위는 정대현이 2009시즌이 끝난 뒤 수술 받은 왼 무릎이다. 지난 시즌에는 다소 통증이 남아 고전했지만 올해에는 정상적인 투구 폼에서 제 구위를 뽐냈다.
그러나 볼티모어측은 계약 직전 정대현의 메디컬 테스트에서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지 못했고 당초 계약 조건(총 320만달러)에 못 미치는 금액을 제시했을 가능성이 크다. 이에 납득할 수 없는 정대현이 메디컬 테스트 자료 보강을 위해 국내로 돌아왔다는 의견이 가장 설득력을 얻는다.
정대현이 국내에서도 만족할만한 메디컬 테스트 결과를 얻지 못해 볼티모어와의 계약 금액이 눈에 띄게 떨어질 경우 정대현의 생각은 바뀔 수 있다. 귀국한 정대현이 국내 구단과 협상 테이블을 차릴 가능성도 있는 이유다.
만일 정대현이 국내에 남을 경우 원 소속구단 SK가 아닌 다른 팀으로 이적할 확률이 높다. SK는 정대현의 빈 자리를 보강하기 위해 지난달 20일 사이드암 임경완과 자유계약선수(FA) 계약했다. 이미 LG 롯데 등 불펜투수가 절실한 팀들의 물밑 접촉이 시작됐다는 소문도 야구계에 심심치 않게 나돌고 있다. 정대현은 9일까지 SK를 제외한 7개 구단과 자유롭게 협상할 수 있다.
김종석기자 lef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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