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편성(종편)채널 개국 여파로 수능방송을 비롯한 EBS 학습채널들의 번호가 대거 바뀌거나 아예 누락되는 사태가 벌어져 EBS가 반발하고 나섰다. 게다가 방송통신위원회가 최근 케이블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의 지상파 채널 변경 시 사전협의를 거치도록 한 절차를 폐지하면서 EBS 지상파 채널(아날로그 13번, 디지털 10번)마저도 밀려날 위기에 처했다.
이는 사교육비 경감을 위해 EBS를 적극 활용한다는 정부 정책과도 배치돼 비판 여론이 비등하고 있지만, 채널배정권을 쥔 SO들은 종편 4사의 등장으로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7일 EBS에 따르면 EBS 플러스1(수능)은 총 94개 SO 가운데 61.7%에 달하는 58개 SO에서 채널이 바뀌었다. 또 EBS플러스2(초중학 및 직업)는 총 88개 SO 중 19개에서 채널이 변경됐고, 17개 SO에서는 아예 빠졌다. 특히 17개 SO에서 방송되던 EBS 잉글리시(영어채널)는 3곳에서 번호가 바뀌었고, 절반에 가까운 8곳에서 아예 누락됐다.
이 같은 사태는 평균 70개 채널만 송출 가능한 아날로그 케이블TV에 종편 4사가 동시에 진입한 데 따른 것. SO들이 의무재송신 채널인 종편에 10번대 중후반 황금 채널을 배정하면서 연쇄 채널이동 및 소규모 채널사용사업자(PP) 누락으로 번진 것이다. EBS의 3개 학습채널은 현재 교육지원 분야 공익채널로 지정돼 있지만, '종편발 채널 대란'의 희생자가 됐다. 이들 3개 채널을 보려면 아날로그보다 2,3배 비싼 디지털 케이블에 가입해야 한다.
EBS측은 "사교육비 경감에 기여해온 학습채널들을 일부 SO들이 아예 누락함으로써 수험생 등의 학습권 침해가 우려된다"고 밝혔다. 교육과학기술부도 우려를 표명했다. 성삼제 교과부 미래인재정책관은 "EBS 방송은 수능과 연계되는 등 공공적인 측면이 있어 학생들의 채널 선택권이 보장돼야 한다"며 "방통위나 EBS와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상당수 SO들은 EBS 지상파 채널도 번호를 변경할 방침이다. EBS 뉴미디어기획부 김광범 부장은 "SO들이 학습채널을 빼는 것은 광고를 하지 않아 이익이 나지 않기 때문으로 추정하지만, 최소한의 공익성은 고려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일부 SO는 EBS가 거세게 항의하자 채널 변경을 취소했으나, CJ헬로비전 등은 강행할 예정이다. CJ헬로비전 관계자는 "시청률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밀린 부분도 있고 지역별로 다른 EBS 채널을 3번으로 통일한다는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채지은기자 c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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