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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터리 등재학술지 제도 없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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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터리 등재학술지 제도 없앤다

입력
2011.12.07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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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라틴아메리카연구소가 발간하는 학술지 '이베로아메리카연구'는 2006~7년 27편의 논문을 실었다. 그러나 이 학술지에 실린 논문을 2008년 국내 연구자들이 다른 논문에서 인용한 횟수는 0번이었다. 같은 기간 한국일본언어문화학회가 발간한 학술지 '일본언어문화'도 83편의 논문을 게재했으나 피인용은 한 건도 없었다.

#한국옥외광고학회가 펴내는 학술지 '옥외광고학연구'는 최근 2년간 논문 294건을 심사한 것으로 논문심사대장에 기록돼 있었다. 그러나 한국연구재단이 올해 8월과 9월 2차례에 걸쳐 학술지 관리실태를 점검한 결과 논문을 누가 어떻게 심사했는지는 관련 자료가 전혀 없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이처럼 부실하게 운영돼 활용가치가 떨어지는 현행 학술지 등재 제도를 폐지하고, 학술지 평가를 학계 자율로 전환하는 내용의 '학술지 지원제도 개선방안'을 7일 발표했다. 현행 등재 제도는 2014년 말까지 폐지하고, 내년부터 등재 학술지 선정도 중단된다. 대신 학계에서 자율적으로 평가해 학술지를 추천하면 학술지당 연간 1억5,000만원씩 5년간 지원하기로 했다. 교과부 관계자는 "어떤 학술지들의 수준이 높은지는 학계가 파악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등재 학술지란 여기에 논문을 실으면 교수업적 평가 때 점수를 인정받고, 정부의 R&D(연구개발) 사업 신청 자격을 받을 수 있도록 우수한 학술지로 인정한 학술지를 가리킨다. 지금까지는 한국연구재단이 발간된 지 3년 이상 지난 학술지 중에서 신청을 받아 논문 게재율, 논문 1편당 심사위원 수, 학술지의 정기적 발행 여부, 논문 심사기준 및 절차 등을 평가해 일정 기준(100점 만점에 80점)을 넘으면 등재 후보 학술지로 선정했다. 등재 후보 학술지는 2년 연속 80점 이상 평가를 받으면 등재학술지가 됐다.

그러나 이 같은 기계적 평가는 논문의 수준이나 질과 상관없는 부실 학술지를 양산했다. 2008~2010년 등재 학술지 또는 등재 후보 학술지로 신청을 받은 학술지 중 선정된 비율은 평균 68.4%에 달했고, 등재 제도가 처음 도입된 1998년 56종에 불과했던 등재(후보) 학술지는 2011년 2,060종으로 급증했다.

하지만 소수 교수들이 학술지를 만들어 자기 대학 논문만 집중적으로 게재해 실적을 올리거나, 대학원생들에게 습작성 논문을 제출시켜 경쟁률만 높이는 등 온갖 편법 사례가 드러났다. 서울대의 '국어교육연구', '미국학' 등 25종의 등재 학술지는 자기 대학 논문 게재율이 90% 넘었다. 학술정책자문위원장인 왕상한 서강대 교수는 "(실적 높이기에 악용된 결과 수준 낮은) 국내 등재 학술지에 27편 논문을 게재한 교수의 점수가 하버드대의 학술지에 논문을 실은 교수보다 높은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연구재단은 530종의 등재 학술지 실태를 점검해 7종의 등재를 취소하고, 42종엔 경고, 130종엔 주의 조치를 내렸다.

한준규기자 manbok@hk.co.kr

강윤주기자 k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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