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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108배, 3만9420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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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108배, 3만9420배

입력
2011.12.07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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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쁜 직업을 가진 후배가 일일 108배를 시작한지 만 1년이 되는 날이다. 후배의 108배는 사찰을 찾아가서 올리는 108배가 아니라, 자신의 집에서 새벽 해가 뜨는 시간에 맞춰 절을 하는 '생활 속의 108배'였다. 후배는 마음에 '盲龜遇木'(맹귀우목)의 원(願)을 가지고 108배를 시작했다고 한다.

이는 '눈 먼 거북이가 물에 뜬 나무를 만났다'는 뜻으로, 어려운 지경에 뜻밖의 행운을 만나 어려움을 면하게 됨을 이르는 말이다. 나는 후배가 스스로와의 약속을, 365일 단 하루도 빼먹지 않고 실천하고 회향(廻向)하는 성각(誠慤)에 박수를 보낸다. 3,000배도 올리는데 108배쯤이야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헤아려 보니 후배는 직장생활을 하며 지난 1년간 3만9,420배를 올렸다.

108배를 올리는데 30분쯤 걸렸다고 했다. 그 시간도 합산해 보니 분으로 1만950분, 시간으론 182.5시간이다. 일수로는 7.6일쯤을 절하는 데 썼다. 그럼에도 후배는 1년 365일에 더하여 그만큼의 시간을 더 얻었다고 한다. 평소 습관대로라면 잠으로 낭비해 버리는 죽은 시간을 살려서 덤으로 얻었다는 것이다.

불가에서 '맹귀우목'은 사람으로 태어나는 인연의 소중함을 가르치는 말이다. 후배는 자신의 인생에게 절을 올린 것이리라. 108배는 108번뇌를 잊기 위해 올리는 절이니, 임진년 새해에는 하루하루가 좋은 날이 되길.

정일근 시인·경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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