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너럴모터스(GM)가 야심작 전기차 쉐보레 볼트(Volt)의 안전성 논란에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이에 따라 볼트에 배터리를 독점 공급하고 있는 LG화학도 바짝 긴장하고 있다.
6일 외신에 따르면 볼트의 리튬 이온 배터리가 화재를 일으켰다는 사실이 알려지고 미 당국이 지난주 정식 조사에 착수하면서, GM주변에선 "제2의 도요타 리콜 사태가 일어나는 것 아니냐"며 술렁이고 있다.
발단은 지난 5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미 고속도로교통안전국(NHTSA)은 볼트의 충돌 실험을 마친 뒤 주차장에 차를 세워뒀다. 그런데 3주가 지나 이 차의 배터리에서 불이 나면서 차 전체가 타버리는 사고가 발생했다. NHTSA는 이에 11월 중순 2번에 걸쳐 다시 실험을 했는데, 한 번은 배터리 내부 온도가 빠르게 올라갔고, 다른 한 번은 불꽃이 일어난 뒤 결국 또 불이 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미 당국은 GM측과 공동으로 볼트의 안전성에 치명적 결함이 있는 건 아닌지 현재 정밀 조사를 벌이고 있다.
GM은 현재 재기의 꿈에 한껏 부풀어 있는 상황. 한 때 세계 자동차 시장을 주름답던 GM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으며 미 정부로부터 구제 금융을 받는 초라한 신세로 전락했지만 이후 ▦전 세계 공장의 플랫폼 공유 ▦불필요한 자산 및 브랜드 매각 ▦감원 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으로 빠른 회복에 성공했고, 지금은 일본 도요타에 뺏겼던 세계 자동차 1위 복귀도 눈 앞에 두고 있다.
특히 볼트는 GM이 5년여에 걸친 연구개발 끝에 미래자동차 시대 개막을 선언하며 내놓은 야심작. 충전한 전기가 떨어지면 휘발유로 발전기를 돌려 계속 전기를 만들어 달리는 방식의 플러그 인(Plug-in) 전기차인데, GM은 볼트를 통해 옛 영광 재현을 기대하고 있다. 때문에 볼트의 안전성이 도마 위에 올랐다는 것 자체가 GM으로선 충격이 아닐 수 없는 상황이다.
실제 6,500대 가량이 팔린 볼트는 현재 판매가 중단된 상태다. 또 12월부터 GM의 유럽 자회사인 오펠이 판매할 '유럽판 볼트'역시 배터리 공급 중단으로 판매에 차질을 빚을 위기에 처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GM은 이번 일로 올해 자신했던 1만대 판매 목표 달성도 물 건너 간 것으로 보고 있다"며 "내년 4만5,00대라는 판매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도 안전 문제를 먼저 풀어야 한다"고 밝혔다.
GM은 안이한 초반대응으로 화를 자초했던 도요타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볼트의 안전성 문제에 신속하게 대처하고 있다. 한 달 전만 해도 "실제 운행 차량 중 사고는 없었다"며 미온적 태도를 보였지만 지금은 구매 고객 모두에게 ▦볼트는 안전하다는 내용의 편지를 보내고 ▦GM의 다른 차를 무료 대여하면서 ▦원할 경우 볼트를 되사주겠다고 약속하고 있다. 여기에 댄 애커슨 회장과 메리 바라 개발 담당 수석부사장 등 최고위층 인사들은 "배터리를 다시 디자인해서 만들 수도 있다"고까지 얘기했다.
문제는 볼트에 배터리를 공급한 곳이 우리나라 LG화학이란 점. LG화학 측은 "우리는 배터리(셀)만 공급할 뿐 볼트 안에 들어가는 배터리 팩은 GM이 계열회사를 통해 직접 만들고 있다"며 "아직 GM측으로부터 어떤 내용도 들은 바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기차 배터리를 그룹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삼고, 미국 미시간 주 홀랜드에 3억 달러를 투자해 내년 가동을 목표로 대규모 배터리 공장까지 짓고 있기 때문에 LG화학으로서도 현재 진행 중인 미 당국의 조사 결과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만에 하나 LG화학이 공급하는 배터리 셀까지 미 당국이 거론할 경우, 상당한 타격이 예상된다.
LG화학은 현재 전기차 용 배터리 분야에서 세계 1위를 달리고 있으며 전 세계 주요 자동차 업체 10곳과 공급 계약을 맺었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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