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중국에 첫 반도체 생산라인을 세운다. 삼성전자는 현재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 반도체 공장을 두고 있지만, 개발도상국 특히 중국에 최첨단 반도체공장을 짓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현재 중국 쑤저우 (蘇州)에 있는 삼성전자 D램 라인은 생산시설이 아닌 조립 라인이다.
삼성전자는 중국 내에 메모리반도체인 낸드플래시 생산라인 건설을 위한 투자신청서를 지식경제부에 제출했다고 6일 밝혔다. 삼성전자는 정부에 설립신청을 하는 동시에 중국 정부와 건설 예정지 선정을 위한 협상도 시작할 계획이다. 정부의 승인 절차와 중국과의 협상이 원만하게 진행될 경우, 내년부터 건설을 시작해 2013년에는 본격 가동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이번에 지을 중국 반도체 라인에서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등의 급속한 확산 속에 수요가 폭증하고 있는 20나노급 이하 낸드플래시 제품을 생산할 계획이다. 전원이 꺼지면 데이터가 사라지는 D램과 달리, 낸드플래시는 데이터가 남는 특성(비휘발성)을 갖고 있어 모바일 기기 저장장치로 많이 쓰인다.
삼성전자는 낸드플래시 같은 최첨단 반도체라인을 중국에 짓는 것으로 놓고 오랜 기간 고민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중국시장의 중요성을 감안, 최종적으로 투자결정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시장조사기관인 가트너에 따르면 올 연말 기준으로 세계 모바일 기기의 중국 생산 비중은 태블릿 PC가 96%를 기록하고 있으며 스마트폰은 37%, 노트북은 49% 등에 달하고 있다. 만약 모바일 기기의 핵심 저장장치인 낸드플래시를 중국 현지에서 생산할 경우, 고객사들의 부품요청에 그만큼 빨리 공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낸드플래시를 사용하는 다양한 IT기기의 중국 생산 비중이 계속 증가하는 상황에서 현지생산 확대를 통해 고객 대응 속도와 효율을 높이자는 게 이번 반도체 생산라인 건설 추진의 주된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중국당국과 관계개선도 이번 투자의 한 배경으로 분석된다. 가전제품 같은 저부가가치 공장 아닌 고부가가치 첨단산업의 대규모 투자를 단행함으로써, 삼성전자의 향후 중국사업 확대에 큰 도움이 될 것이란 판단이다. 실제로 이번 투자는 최소 4조원 이상은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첨단기술의 유출위험을 제기하고 있지만, 이 부분은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게 삼성전자의 입장. 이번에 추진 중인 20나노급 중국 공장 계획이 예상대로 진행된다고 하더라도 2013년에야 가동이 되는데, 삼성전자가 이미 10나노급 이상의 최신 기술 개발에 착수한 만큼 후발 업체와의 기술 격차는 유지될 것이란 설명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반도체 공정 기술이 하루 아침에 생산 제품으로 연결되는 게 아니다"며 "설령 기술이 빠져나간다해도 이미 그 때(2013년)쯤이면 삼성전자는 한 층 새로운 공정 기술을 개발해 놓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허재경기자 rick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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