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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엽 팬택 부회장 "죽을 만큼 일했지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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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엽 팬택 부회장 "죽을 만큼 일했지만… "

입력
2011.12.06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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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을 졸업하지 못할 수 있다. 이제 지쳤다. 훌훌 털고 떠나겠다."

우리나라 벤처창업의 신화를 썼던 박병엽 팬택 부회장이 6일 돌연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이날 서울 상암동 사옥에서 긴급 기자간담회를 자청, 사의를 전격 발표했다.

그는 "죽을 만큼 일했고 참 힘들었다. 체력이나 정신적으로 더 이상 버틸 여력이 없다. 31일을 끝으로 당분간 쉬고 싶다"고 사퇴의 변을 밝혔다. 내년 3월이면 받을 수 있는 987억원의 스톡옵션도 포기하겠다고 밝혔다.

사실 팬택은 2006년12월 워크아웃에 들어간 이후 기적에 가까운 성과를 냈다. 가장 경쟁이 치열한 IT분야에서, 더구나 애플과 삼성전자로 양분되는 스마트폰 시장에서, 워크아웃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계속 신제품을 출시하며 17분기 연속 흑자를 냈다. 박 부회장은 워크아웃 시작과 함께 오너로서 모든 지위와 권리를 포기, 전문경영인으로 백의종군하면서 이 같은 팬택의 재기신화를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그의 갑작스런 사퇴는 충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일단 건강이 나빠진 것은 분명한 사실. 그는 지난 5년간 휴일까지 반납한 채 매일 아침 새벽 5시에 출근하는 강행군을 한 탓에, 건강을 크게 해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회사 관계자는 "어제도 오후 내내 링거를 꽂고 일을 했을 정도"라고 말했다.

하지만 박 부회장의 전격적인 사퇴선언 배경엔 건강 외적 요인, 즉 채권단과 갈등이 작용하고 있다는 게 일반적인 해석이다.

당초 일정대로라면 팬택은 오는 12월31일 워크아웃을 졸업해야 한다. 하지만 박 부회장이 언급했던 것처럼, 현재 졸업일정에는 차질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박 부회장은 자세한 이유는 언급하지 않으면서도 "채권은행들이 조금씩 양보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사람 못지 않게 소중한 기업 생명이 잘못될 수도 있다"며 채권단에 대한 불만을 표시했다. 또 "11개 채권은행들이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한 채 이해관계가 충돌하고 있다"며 "책임을 지고 경영을 하는 사람과 이익을 보는 사람이 따로 놀면 곤란하다"고도 했다.

이와 관련 한 소식통은 "워크아웃 졸업을 앞두고 일부 채권단이 제몫 챙기기에 급급해 박 부회장이 힘들어 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현재 팬택은 ▦은행권 채무(협약채무) 2,200억원 ▦제2금융권 및 상거래채무(비협약채무) 2,300억원 등 약 4,500억원의 부채를 안고 있으며, 워크아웃 졸업을 위해선 이 채무처리방법을 확정해야 한다. 이중 해결이 어려울 것 같았던 비협약채무 2,300억원은 오히려 해법을 찾았는데, 오히려 은행권 채무 2,200억원 문제가 발목을 잡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워크아웃 기업으로서 경이적 흑자행진을 이어가며 성공적으로 졸업을 앞둔 만큼, 팬택으로선 채권단이 '동반자'로서 성의를 보여줄 것을 기대했지만 채권단 내 일부 은행은 채권회수에만 열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회사측의 한 인사도 "비올 때 우산 뺏는다는 얘기를 실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때문에 박 부회장의 사퇴선언은 건강문제도 있지만 채권단에 대한 무언의 항의 차원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만약 채권단과 갈등이 잘 해결된다면, 더구나 과거 포기했던 주식에 대한 우선매수청구권은 계속 보유하고 있는 만큼 경영일선 복귀가능성도 열려 있다는 해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박병엽 없는 팬택은 상상하기 힘들다는 걸 채권단도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분간 박 부회장은 자회사인 팬택씨앤아이 경영을 하면서 최대한 휴식을 취할 예정. 그는 "일정 기간 쉴 지, 다시 돌아올 지 아직 결정하지 못했지만 등산이나 하고 작은 자회사나 챙겨 보겠다"고 말했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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