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부터 13일까지 서울 중구 정동갤러리에선 흔치 않은 사진전 하나가 열린다. 전시회 제목이 '코리안 드리밍(Korean Dreaming) : 결혼이주여성들의 꿈 사진전'이다. 여성주의 문화기획 단체인 '이프토피아'와 한국여성사진가협회가 공동 주관하는 사진전은 여성사진가협회 소속 33명의 작가들이 온전히 참여했다. 6월 말부터 33명의 결혼이주여성들을 인터뷰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사진에 담아 한자리에 내놓는다.
누군가의 아내, 엄마, 며느리라는 이름에 가려졌던 결혼이주여성들이 자신들의 진짜 '꿈'을 보여주는 자리.
사진전에 단초를 제공한 이는 박재동 화백이었다. 3월 결혼이주여성기금을 조성해 달라며 '이프토피아'에 판화 작품들을 기증하면서 기획됐다. 지난해 7월 결혼한 지 8일 만에 정신 병력이 있는 남편에게 살해당한 베트남 출신 한 결혼이주여성의 안타까운 사연은 직접적인 계기였다.
최인숙 이프토피아 대표는 "무조건 '한국인'으로 만들려는 흡수·통합 성격의 다문화운동이 아니라 각기 다른 행복을 추구하는 주체적인 여성으로 이들을 인정하는 다문화운동이 필요하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한국여성사진가협회 이사이기도 한 그도 사진전에 참여했다.
최 대표는 "사진전을 준비하면서 '모델 섭외'가 가장 어려웠다"고 했다. 결혼이주여성들은 대개 생업으로 바빠 시간을 따로 내기 어려웠다. 카메라 앞에 서서 자신을 드러내는걸 부담스러워 하는 경우도 있었다. 실제로 한국에 온 지 19년이 된 한 결혼이주여성은 전시장에 자신의 사진이 걸리는 것을 마지막에 포기하기도 했다. 남편의 반대가 심했기 때문이다. 이 여성의 촬영을 담당했던 변현진 작가는 "너무나 움츠러든 상태였다. 다문화 가정에 대한 사회적 편견의 상처, 어려운 경제 상황에서 오는 두려움을 아직 극복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전시회 도록에서 그의 사진이 들어갈 자리는 백지로 남았다.
적극적으로 촬영을 즐긴 여성들도 많았다. 베트남 출신 도안 티후에(36)와 부티 짱(25), 태국 여성 안찰리(39), 캄보디아 출신 이브타(27)씨 등은 사진 촬영을 가족들과 함께 했다. 작품은 어느 집 앨범에나 한 장씩 꼭 있는 가족사진 같다. 태국에서 5년 전 한국으로 온 리 라타나와디(25)씨의 가족과 함께 작업한 김정언 작가는 "처음엔 결혼이주여성에 대한 편견이 있었는데 가까이서 보니 잘 적응해 행복하게 사는 사람들이 많더라"고 했다. 그는 "'바닷가가 보이는 곳에 펜션을 짓고 부모를 모시고 살고 싶다'는 리 라타나와디의 꿈이 사진에 담겨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전 개막식에선 20여명의 결혼이주여성들과 작가들이 함께 작품을 관람한다. 최 대표는 "앞으로도 사진, 일러스트, 회화 등을 매개로 예술가와 결혼이주여성들이 꿈을 이야기하는 전시를 매년 열 생각"이라고 말했다.
송옥진기자 cli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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