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학생들이 거주지에 관계없이 원하는 시내 일반고에 지원할 수 있도록 한 고교선택제가 사실상 폐지된다. 시행 3년을 못 넘기는 셈이다. 서울시교육청은 그제 '2013학년도 서울시 후기고 학생배정방법 개편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새 방법은 지역 제한이 없었던 고교선택제에 비해 거주지의 학군과 인근 학군 내에서 2~5개교를 무순위로 지원토록 하는 통합학군 내 '제한적 선택' 방식이다. 거주지 학군과 중부학군에서만 학교를 선택할 수 있도록 선택폭을 더 좁힌 일반학군안도 검토되고 있다고 한다.
서울 고교선택제는 원래 강남학군 등에 대한 타지역 거주 학생들의 진학 희망을 풀어주려는 취지로 도입됐다. 구체적으론 일반고(후기 일반전형)에 진학할 학생들에게 서울 전역에서 2개교를 지원하게 해 정원의 20%를 1단계로 먼저 뽑도록 했다. 하지만 시행 첫 해인 지난해에 1만2,824명이었던 타 학군 고교 지원자는 올해 8,476명으로 무려 34% 급감하는 등 실효성이 떨어졌다. 여기에 고교선택제가 학교 간 경쟁을 부추기고 격차를 심화시킨다는 곽노현 교육감의 입장이 더해져 폐지로 가닥이 잡힌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제도 폐지에 앞서 시교육청이 반드시 감안해야 할 점은 학군에 대한 선호도가 여전하다는 것이다. 타 학군 지원자 8,476명은 고교 20개 정도의 신입생을 채울 수 있는 숫자다. 특히 타 학군 고교 선택에서 공통적으로 '학원클러스터'가 형성된 강남, 북부, 강서학군이 경쟁률 1~3위인 것은 특정 학군 선호 현상이 학원 같은 현실적 학습여건의 차이에 따른 것임을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따라서 타 학군 지원을 막겠다면 학습여건의 지역별 차이를 줄일 대책도 함께 강구돼야 한다고 본다.
좋은 학원이 지역별로 균배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도 유력한 수단일 수 있다. 그런데 사교육 억제라는 명분 때문에 누구도 이런 대안을 내놓을 엄두를 내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사교육 억제 정책과 학군 별로 좋은 학원을 균배하는 문제는 다르다고 본다.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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