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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연극 '막돼먹은 영애씨' 직장생활에 지친 사람들… 공감의 웃음 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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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연극 '막돼먹은 영애씨' 직장생활에 지친 사람들… 공감의 웃음 선사

입력
2011.12.06 1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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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일터에나 이런 사람 꼭 있다.

종이, 인스턴트 커피 아끼라고 내내 잔소리만 늘어놓다 틈만 나면 회의하자며 보채는 상사. 평소엔 업무 태만, 하지만 상사 앞에만 서면 온갖 힘든 척, 순진한 척을 해대며 내 속을 긁는 여자 후배. 혼내는 상사보다 더 얄밉게 나를 몰아세우는 아첨꾼 선배.

뮤지컬 '막돼먹은 영애씨'에는 직장생활에서 한번쯤 마주할 법한 밉상 캐릭터가 잔뜩 들어 있다. 4년 넘게 방영되고 있는 케이블TV의 동명 드라마가 원작이지만 드라마 줄거리를 옮기는 대신 직장인으로서 주인공 영애의 삶에 초점을 맞춘 새로운 내용으로 꾸민 까닭이다. 원작에서는 주인공 이영애(김현숙, 박지아)와 그의 로맨스 상대인 최원준(최원준), 영애의 단짝이자 이혼녀인 변지원(백주희), 얄미운 박과장(임기홍, 박성광)과 사장(서성종) 등 주요 캐릭터와 페이크(가짜) 다큐멘터리라는 형식 정도만 따 왔다. 평범한 외모로 직장에서 고군분투하는 영애의 모습에 극적 요소를 더하기 위해 설정한 미녀 사원 김태희(김유영)는 원작에 없는 캐릭터다.

구박을 달고 사는 영애의 외모와 번번이 실패하는 연애사를 전면에 내세운 드라마와 달리 뮤지컬 속 영애는 외모는 조금 떨어져도 실력은 있는 평범한 노처녀다. 중소 광고기획사 디자이너로 5년째 버텨 오면서 성격은 다소 거칠어졌지만 무능한 후배를 포용할 줄 아는 따뜻한 속내를 가졌다. 뮤지컬은 그런 영애가 소속 회사인 '아름다운 사람들'의 동료들과 빚는 오해와 다툼, 화해를 통해 정을 쌓아가는 과정을 그린다.

공연은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소재를 선택한 것만으로도 충분히 유쾌한 웃음을 선사한다. 여기에 탄탄한 실력을 갖춘 배우들이 완벽한 호흡으로 몰입도를 높인다. 영화('스크림' '데스 노트'), 뮤지컬('지킬 앤 하이드') 등을 패러디한 이재준(연출), 김효진(공동 극작) 등 젊은 창작자들의 영리한 무대 연출도 인상적이다. 음악과 안무도 특별히 기억에 남지는 않아도 코미디의 감성을 배가하는 요소로서 효과적으로 쓰였다. 새삼 초라한 자신을 발견하는 영애의 고백과 같은 노래 '이력서'처럼 코끝이 찡해지는 부분도 있어 단순한 코미디로 끝나지 않는 것도 장점이다. 한껏 웃고 난 뒤 뒤풀이에 올릴 화제도 적지 않아 직장 송년회를 대신할 공연으로 나쁘지 않은 선택이 될 듯하다. 내년 1월 15일까지 대학로 컬처스페이스 엔유. 1577-3363

김소연기자 jollylif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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