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국(32ㆍ전북)이 인고의 세월 끝에 한국 축구의'레전드'로 우뚝 섰다. 1998년 포항제철고를 졸업하고 프로에 데뷔한지 13년. 아픔의 시간이 더 많았다. 그러나 잦은 부상도, 두 차례의 해외 진출 실패도, 반복되는 대표팀에서의 불운도 이동국의 발에 족쇄를 채우지는 못했다.
이동국은 6일 서울 홍은동 그랜드 힐튼호텔에서 열린 2011 현대오일뱅크 K리그 대상 시상식에서 MVP를 포함, 4개의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2009년 K리그 대상 4관왕을 차지한 지 2년 만의 천하재통일이다. 이동국은 기자단 투표에서 총 115표 가운데 86표를 얻어 공격수 데얀(14표·서울)과 수비수 곽태휘(12표·울산), 공격수 염기훈(2표·수원), 미드필더 윤빛가람(1표·경남)을 따돌렸다. 이동국은 신태용 성남 감독(1995, 2001)에 이어 K리그 MVP를 2회 수상한 두 번째 선수가 됐다. 이동국은 올시즌 정규리그에서 16골을 터뜨려 득점 2위에 올랐고, 도움은 무려 15개나 기록해 K리그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이날 팬 투표 선정 MVP('FAN'tastic Player)와 베스트 11 공격수, 도움왕까지 차지한 이동국은 프로축구 출범 이후 신인왕(1998)과 MVP(2009, 2011), 득점왕(2009), 도움왕을 모두 경험한 유일한 선수가 됐다.
이동국은 2년 전에 비해 한결 여유로움이 느껴졌다. 쇼트섀기 헤어 스타일에 감색 턱시도, 나비 넥타이로 한껏 멋을 부린 이동국은 팬 투표 선정 MVP 수상을 위해 처음으로 시상대에 올라 "생각지도 못한 상이다. 스스로 안티 팬이 많은 선수 중 한 명이라고 여겼는데 팬들이 주는 상이라 더 의미가 있다"고 위트 넘치는 소감을 밝혔다.
이동국은 "2009년에 이어 큰 상을 받게 돼 기쁘고 감사하다. 올 한해 우승 만을 목표로 땀을 흘린 동료들과 뒤에서 묵묵히 일해준 구단 직원들과 함께 받는 상이라고 생각하겠다. 늘 힘이 돼 준 아내와 두 딸을 사랑한다. 내년 한 해 더욱 멋진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최우수신인상은 신생팀인 광주FC의 이승기(23·광주)가 차지했다. 이승기는 115표 중 57표를 받아 강력한 경쟁자인 공격수 고무열(48표·포항)과 미드필더 윤일록(10표·경남)을 제쳤다. 이승기는 올해 27경기에 출전해 8골(2도움)을 몰아치며 최약체로 분류된 광주를 정규리그 11위로 끌어올렸다.
올해 베스트 11에는 ▲공격수 이동국·데얀 ▲미드필더 염기훈(좌)·윤빛가람·하대성(서울·이상 중앙)·에닝요(전북·우) ▲수비수 박원재(전북·좌)·곽태휘(울산)·조성환·최철순(이상 전북·중앙) ▲골키퍼 김영광(울산·우)이 선정됐다. 최우수감독상은 최강희 전북 감독이 수상했다.
한편 이날 시상식에는 지난 5월 경기 도중 의식을 잃고 그라운드에 쓰러졌다가 기적적으로 일어선 신영록(제주)이 시상자로 깜짝 등장해 감동을 자아냈다. 언어 기능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신영록은 힘겹게 "감사합니다. 여러분들이 응원해주시는 덕분에…"라며 재기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신영록은 이날 자신의 은인인 김장열 제주 트레이너에 대한 특별 공로상 시상을 위해 무대에 나섰다. 김 트레이너는 지난 5월 8일 신영록이 그라운드에 쓰러져 의식을 잃자 신속한 응급 처치로 그의 목숨을 구했다.
김정민기자 goav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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