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최악의 상황으로 빠져들고 있다. 수도권 초ㆍ재선 의원 10명은 어제 긴급 모임을 갖고 당 해산과 재창당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들은 당 지도부가 9일 정기국회가 끝나는 즉시 재창당 계획을 제시하지 않으면 단체행동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유승민ㆍ남경필 최고위원 등은 홍준표 대표의 상황인식이 안이하다며 최고위원직 사퇴 등 거취를 심각하게 고민 중임을 공공연하게 내비쳤다. 일부 의원들은 탈당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고 한다.
한나라당 창당 후 최대 위기로 꼽히는 2003년 말의 대선자금 차떼기 사건과 2004년 총선 직전의 노무현 대통령 탄핵 때도 당 간판을 내리자는 목소리는 나오지 않았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지금 상황을 훨씬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다. 당 쇄신 논의가 지지부진한 가운데 당 홍보기획본부장의 수행비서가 개입된 중앙선관위 홈페이지 디도스 공격 사건이 터졌다. 당 차원의 조직적 개입 여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한나라당은 벌써 큰 타격을 입었다. 수사결과가 어떻든 사건의 후폭풍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당 내 위기감을 한층 증폭시키는 것은 거듭된 악재에도 당 지도부가 아무런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10ㆍ26 서울시장 보선 패배 후 전면 쇄신 요구가 높았는데도 홍 대표 체제의 어정쩡한 유지로 봉합했다가 이번 사태를 맞았다. 공식적인 당 지도부와 실질적 영향력을 가진 박근혜 전 대표가 겉도는 구조도 당의 무기력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당 지도부 총사퇴 요구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지만 그 정도로는 수습될 단계가 지났다는 비관론이 팽배하다.
여기에 김무성 전 원내대표가 한 의원의 출판기념회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이상득ㆍ이재오 의원, 박근혜 전 대표, 홍준표 대표를 현 상황을 책임질 '5인'으로 지목한 사실이 알려져 사태를 한층 악화시키고 있다. 정권 말에는 으레 여권 내부의 갈등과 내홍이 깊어지지만 지금 한나라당의 상황은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해 보인다. 집권 여당의 위기는 국정 표류로 이어지고, 그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간다는 점에서 중대한 사태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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