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더 이상 떨어질 여지가 없을 정도로 추락해 있다. 부산저축은행 사건을 비롯, 최근의 대형 사건마다 속 시원한 수사결과를 내놓지 못한 데다, 지난해의 스폰서ㆍ그랜저검사 사건에서 보듯 도덕성은 오래 전에 바닥까지 내려앉았다. 그럼에도 자정의지와 능력조차 없어 보인다. 수사권 조정의 미묘한 시기에 선관위 디도스 공격사건처럼 국가기간을 뒤흔드는 중대범죄는 경찰이 발 빠르게 대처해나가고 있다. 검찰 스스로 개탄하듯 전례 없는 최악의 위기상황이다.
이른바 벤츠 여검사사건은 검찰의 실상을 극명하게 압축해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다. 아무도 이 사건을 대형 조직이라면 어디에나 한 둘쯤은 있을법한 개인의 일탈로 보지 않는다. 백 보 양보해 지저분한 치정문제는 차치하더라도 검사 직무와 관련한 청탁과 대가수수 행위가 아무렇지 않게 반복적으로 이뤄지는 문화는 기가 막힐 따름이다. 반년 이상 첩보와 진정을 깔아뭉개온 걸 보면 제 식구 감싸기도 여전하다. 스폰서ㆍ그랜저검사 사건 이후 검찰이 누누이 다짐했던 감찰기능 강화 약속 역시 또 한 번 국민을 기만한 허언(虛言)이었음이 입증됐다.
이 사건에서 다른 무엇보다 주목해야 할 것은 사건 진정인의 주장에 부산ㆍ경남지역에서 근무했거나 근무 중인 검사장급 검사 2명과 부장판사를 비롯, 다수의 법조인사들이 등장하는 점이다. 변호사로부터 이들이 받았다는 구체적인 금품, 향응내용이 적시돼 있다. 여러 전례와 정황에 비추어 신빙성이 크다. 부산, 광주 등에서 잇따라 드러나고 있는 그들끼리의 야합은 사법기능 전체에 대한 최소한의 신뢰조차 허물어버렸다. 더욱이 이국철 SLS 회장의 현직 검사장급 검사로비 주장도 제기돼 있는 상태다.
여기에 또 다른 검사의 성추행ㆍ강압수사 의혹도 불거졌다. 가히 총체적 검찰비리의 폭발이다. 검찰의 '뼈를 깎는 반성' 다짐을 수없이 들어온 터여서 어떤 기대도 민망할 지경이다. 당장은 이창재 특임검사팀이 뒤끝이 남지 않도록 신분 고하를 막론하고 철저하게 수사한 결과를 내놓기만 기다릴 뿐이다. 신뢰 회복 운운은 그 다음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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