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최고의 4번 타자 이대호(29)가 오릭스에 입단했다. 이대호는 6일 부산 해운대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입단 기자회견을 갖고, "오릭스 유니폼을 입게 돼 영광이다. 그 동안 많은 고민을 했지만, 남자라면 도전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한국 선수가 일본에서 충분히 통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대호의 계약 조건은 2년간 계약금 2억엔, 연봉 2억5,000만엔, 인센티브 3,000만엔 등 총 7억6,000만엔(약 110억원)이다.
일본에 진출했던 국내 선수로는 2004년 이승엽(2년 5억엔), 2009년 김태균(3년 7억엔)을 뛰어넘는 역대 최고 대우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무라야마 요시오 오릭스 본부장 외에도 오카다 아키노부 감독이 일본 프로야구 사령탑으로는 이례적으로 참석했다.
이대호는 30분간 입단식을 가진 뒤 취재진과 인터뷰 시간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이대호는 "일본에서 성공할 자신이 있다. 오카다 감독이 비디오 분석 등 많은 도움을 주겠다고 했다"며 "일본 최고의 타자가 된 뒤 메이저리그 최고의 타자가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 동안 한국 프로야구를 거쳐 일본 무대에 진출한 선수는 모두 12명. 선동열 KIA 감독을 시작으로 이종범(KIA), 이상훈(은퇴), 정민태(넥센 코치), 이승엽(전 오릭스) 등이 대한해협을 건넜다. 또 최근에는 이병규(전 주니치), 임창용(야쿠르트), 김태균(전 지바 롯데) 등이 일본 무대에 섰다.
하지만 이 가운데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선수는 단 두 명뿐이다. 구대성(뉴욕 메츠), 이상훈(보스턴)을 제외하면 나머지는 모두 국내로'U턴'했다. 타자 가운데는 이승엽이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과 올림픽 등에서 맹활약, 메이저리그에 진출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결국 지난 5일 삼성으로 돌아왔다.
그렇다면 이대호는 왜 메이저리그 도전 카드를 꺼냈을까. 무엇보다 남다른 자신감과 도전 의식에서 비롯된다. 이대호는 이날 "이전 선배들이 (일본 무대에서) 실패했다고 해서 도전하지 않는 것은 도망가는 것과 마찬가지다"며 "자신있게 맞붙어 일본 투수들에게 이기고 싶다. 목표는 오릭스가 우승하는 데 힘을 보태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대호는 "(일본 공인구가 타자에게 불리하다고 하는데) 그 동안 야구를 하면서 공이 멀리 나가지 않는다고 느껴본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괜히 공 탓을 하고 싶지는 않다"며 "올해도 30홈런 이상을 친 일본 타자들이 많지 않은가"라고 반문했다.
결국 이대호는 일본 무대에서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바탕으로 최고의 무대인 메이저리그까지 노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일본을 거쳐 미국으로 진출한 타자가 한 명도 없다는 사실이 이대호의 도전 의식을 자극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대호 입단식에 참석한 일본 기자들 앞에서도 "국제무대에서 일본의 에이스급 투수들을 모두 상대해 봤다. 분명 좋은 공과 제구력을 갖고 있지만 충분히 쳐볼 만 하다"며 "오릭스의 4번 타자로서 100타점 이상을 올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부산=함태수기자 hts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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