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판(鄕判) 비리'라는 오명을 들으며 사법 사상 최초로 관할 법원이 이전된 선재성(49) 부장판사에 대한 항소심 첫 공판이 6일 서울고법에서 열렸다.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선 부장판사는 이날 항소심에서도 무죄가 선고될 것을 자신했다.
이날 오후 법원에 출두한 선 부장판사는 기자들에게 "(법정) 밖에서 나오는 이야기는 믿을 게 못 된다. 법정에서 나오는 이야기를 잘 들어달라"고 말하며 자신에 대한 사회적 비난 여론과 달리 법리적으로는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재판장이 재판 개시를 선언하고 피고인 이름을 호명하자 선 부장판사는 가볍게 목례를 한 뒤 법정으로 걸어들어갔다. 그는 피고인 석에 앉아 담담하게 이름을 말했고, 검찰이 항소 이유를 읽어갈 때는 변호인과 자료를 함께 보면서 논의했다.
선 부장판사는 재판 말미에 진술 기회를 얻자 마이크를 들고 "나에게 적용된 변호사법 위반 혐의는 상당히 애매한 부분이 있다"며 "법원이 형사소송법을 엄격히 해석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나의 행위가 형사처벌을 받을 정도로 과하지 않았고, 이미 같은 일로 법원에 징계회부됐다"며 "1심의 무죄 판결은 정당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1심에서 패한 검찰의 입장은 달랐다. 검찰은 "선 부장은 부인이 주식에 투자해 사실을 몰랐다고 주장하지만 2억원이라는 거액이 자신의 월급통장에서 빠져나갔는데 투자 사실을 몰랐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선 부장판사는 지난해 광주지법 파산부 재판장 재직 당시 법정관리기업의 대리인으로 고교 동창인 강모 변호사를 선임하도록 알선한 혐의와, 2005년 강 변호사로부터 얻은 정보를 이용해 1억원의 주식 시세차익을 남긴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광주지법은 지난 9월 열린 1심 재판에서 선 부장판사의 뇌물수수, 변호사법 위반, 직권남용 혐의에 대해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광주지검은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하면서, 선 부장판사가 재직했던 광주지역 법원이 아닌 다른 지역에서 재판을 받겠다는 재판 관할 이전을 신청했다. 대법원은 지난달 검찰의 신청을 받아들여 사건을 서울고법 형사12부(부장 최재형)에 배당했다. 대법원은 앞서 선 부장판사에 대해 정직 5개월의 징계처분도 확정했다. 항소심 두번째 공판은 20일 열린다.
정재호기자 next88@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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