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역 학생들이 거주지와 관계없이 자신이 원하는 고교에 지원할 수 있도록 한 고교선택제가 시행 3년 만에 사실상 폐지된다. 강남이나 목동 등 일부 인기 학군에 타 지역 학생이 지원할 기회가 차단돼 학생과 학부모들의 불만이 나오거나 위장전입까지 부추길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5일 현재 중학교 2학년이 대상인 2013학년도부터 후기 일반고 배정에서 거주지의 학군과 인근 학군 내에서 2~5개교를 무순위로 지원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2013학년도 서울시 후기고 학생배정방법 개편안(통합학군안)'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예컨대 통합학군이 실시되면 강남학군의 학교에는 강남학군과, 그 인근인 중부·강동·동작·성동학군 거주자만 지원할 수 있다. 또한 통학거리가 가깝고, 지원자의 성적이 골고루 분포되도록 하는 전산추첨모델을 개발할 예정이어서 통합학군 안에서도 통학시간 30분 이내의 가까운 학교일 경우에만 배정될 가능성이 높다.
시교육청은 이 안과 더불어 자신의 거주지 학군과 중부학군에서만 학교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또 다른 개편안(일반학군안)도 검토 중이며 설문조사를 거친 후 이달 말까지 최종 확정할 방침이다. 현재는 서울 전 지역을 단일학군으로 열어놓고 여기에서 2개 학교를, 거주지에 해당하는 일반학군에서 2개 학교를 지원해 성적이나 통학거리와 관계 없이 지원학교만을 기준으로 추첨 배정하고 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지금도 학생 대다수가 자신이 속한 학군이나 가까운 지역의 학교를 선호했기 때문에 크게 달라지는 것은 없다"는 입장이다. 시교육청이 4월 고등학생 6,21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학교 선택 시 통학거리를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약 10%가 여전히 먼 통학거리를 감수하고 선호학교를 지원한 것을 고려하면 두 가지 개편안은 선택 기회를 대폭 줄이게 된다. 최미숙 학교를사랑하는학부모모임 대표는 "잘 가르치는 학교에 지원자가 몰리는 것은 당연한데 선택 행위 자체를 없애버리면 비선호학교 입장에선 강제로 애들을 채울 수 있으니 교사들은 대충 가르치는 게 여전할 테고 공교육의 질만 저하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남에 전셋집까지 마련해 강남의 한 고교로 아이를 전학시킨 강동구의 한 학부모 양모(56)씨는 "강동구에서 배정받았던 학교는 공고였다가 일반고로 전환된 곳이라 아이 장래에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아 아이를 전학시켰다. 당장 우리처럼 여유가 없는 집은 위장전입이라도 하지 않겠느냐"고 우려했다.
시교육청은 고교선택제를 폐지해 학교서열화를 완화시킬 수 있다고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일반고교 내 서열화 문제는 고교선택제 폐지로만 해결할 수 없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김동석 한국교총 대변인은 "일반고교 서열화가 문제라면, 고교선택제 폐지가 아니라 비선호학교에 대한 행ㆍ재정적 지원을 통해 열악한 교육여건을 정상화시키는 데 더욱 힘써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윤주기자 k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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