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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FTA 청원문 어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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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FTA 청원문 어쩌나"

입력
2011.12.05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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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늘(43) 인천지법 부장판사가 제안하고 현직 판사 170여명이 동의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을 위한 태스크포스(TF)'의 구성 여부를 놓고 대법원이 고심에 빠졌다. 특정 사안에 대한 일선 판사들의 청원문 제출 자체가 사법부 사상 초유의 일인 데다 사회적 논란이 뜨거운 한미 FTA를 주제로 삼았다는 점에서, 이를 어떻게 처리할지 대법원으로선 '솔로몬의 지혜'가 절실한 상황이다.

김 부장판사 등의 청원문은 이르면 6일, 늦어도 이번 주 중에는 대법원에 어떤 방식으로든 전달될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날 "김 부장판사의 연락을 아직 받지 못해 구체적인 방침이 정해진 것은 없다"며 "청원문이 접수되면 검토를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부장판사의 제안 취지를 정확히 파악할 때까진 가능성을 열어 두겠다는 뜻이다.

그러나 법원 안팎에선 청원을 그대로 수용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미 국회가 비준하고 대통령이 서명한 한미 FTA에 대해 사법부가 '재협상을 위한' TF를 구성하는 것은 삼권분립 원칙의 위반으로 보일 소지가 다분하기 때문이다. 특히 TF가 관련 연구를 해서 그 결과를 외부에 공표할 경우, 사법부가 한미 FTA 논쟁에 직접 뛰어드는 셈이어서 더더욱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즉각 반려하기도 쉽지 않다. 취임 때부터 '소통'을 강조했던 양승태 대법원장이 전체 법관의 7%(2,400여명 중 170여명)가 동의한 의견을 무시할 경우, 소장 판사들을 중심으로 내부 반발이 일 공산이 크다.

때문에 '비공식 연구회 구성' 정도로 절충점을 찾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투자자ㆍ국가소송제도(ISD) 조항 등이 우리 사법제도에도 어떻게든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만큼, 일선 판사들의 자발적 연구를 장려하는 식으로 이번 사태를 마무리할 것이라는 얘기다. 법원조직법 제19조는 '법원행정처는 (중략) 사법제도 연구에 관한 사무를 관장한다'고 돼 있어 법원행정처가 직ㆍ간접적으로 관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와 관련, 정영진(53) 수원지법 부장판사는 5일 오전 법원 내부게시판에 글을 올려 "대법원이 개정 필요가 있다는 최종의견을 갖게 되면 행정부나 입법부에 이를 제시할 수 있으므로, 연구할 필요성이 있다. 실기(失期)한 문제 제기가 아니다"고 주장했다. 그는 '삼권분립 위반'이라는 지적에 대해서도 "재판권이 배제되는 데 대해 의견제시를 하는 것은 사법부의 권한에 속한다"고 반박했다.

한미 FTA 강행처리를 비판한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던 최은배(45) 인천지법 부장판사도 이날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김 부장판사의 애초 취지는 일선 판사들만으로는 정보가 부족하니 법원행정처 중심으로 연구하자는 것으로 안다"며 "이를 사법부가 행정부에 압박을 가한다는 식으로 보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말했다.

김정우기자 wookim@hk.co.kr

정재호기자 next88@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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