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인들이 감추고 싶었던 고민을 TV에 나와 동네방네 떠든다. 몸에 털이 너무 많다거나 H컵 가슴 때문에 허리 통증에 시달린다는 등 신체적 문제부터 남편을 몸종 부리듯 하는 아내나 이웃에 다 퍼 주는 남편 등 가족관계 고민까지 종류도 다양하고 사연도 구구절절하다.
일반인 고민상담 프로그램 KBS 2TV '대국민 토크쇼 안녕하세요'가 승승장구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22일 첫 방송 때만 해도 4.4%의 저조한 시청률로 단명이 우려됐던 처지. 그러나 꾸준히 상승세를 타 올 10월 자체 최고 시청률 10.3%를 기록하더니 MBC '놀러와', SBS '힐링캠프'와 월요예능 1위 자리를 놓고 치열한 다툼을 벌이고 있다. 연예인들의 신변잡기 토크나 댄스 배틀 같은 돌림노래에 싫증난 시청자들이 평범한 내 이웃의 이야기에 부쩍 관심이 커진 것이다. 지난달 20일 KBS 별관 녹화현장을 찾아 인기 비결을 엿봤다.
고민도 털어놓고, 자신감 얻어가고
'안녕하세요'는 신동엽 이영자 정찬우 김태균 등 MC들이 상담을 청한 시청자의 고민을 소개한 뒤 신청인을 무대로 불러내 대화를 나눈다. 방청석의 가족이나 친지에게 고민에 얽힌 일화도 직접 들어본 뒤 사연들을 놓고 방청객 투표로 그날 최고의 고민을 가리는 식.
"늘 위축됐는데 TV에 나와서 말하고 나니 당당해진 거 같아요. 해결책은 없지만 그냥 인정하고 이해해 주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돼요. 여기 와 보니 저보다 더한 고민도 많더라고요.(웃음)" 남자로 오해 받을 만큼 굵은 목소리가 고민인 여대생 방지혜(25)씨는 이날 5연승을 거둬 상금 1,000만원의 주인공이 됐다. 방송사상 최고의 고민으로 선정된 셈인데, 방씨는 오히려 "내 목소리 원래 이러니까 신경 쓰지마"하는 자신감을 얻었다고 했다.
출연자들은 '내 얘기 좀 들어줘' 하는 식으로 편하게 고민을 털어놓고, MC들은 '이거 진짜 심각한 사연'이라며 편을 들어준다. 여자 같은 목소리가 고민이라는 남성출연자 김효성(19)씨, 늦둥이 동생 때문에 곧잘 애 엄마로 오해받아 억울하다는 최승희(24)씨 역시 출연 부담보다는 기대가 컸다고 말했다. 무대 뒤에서 출연 차례를 기다리는 동안 다른 이들의 별난 고민에 무릎을 치거나 웃음을 터뜨리는 것도 속풀이에 도움이 되는 듯했다.
지난 1년 간 접수된 고민은 1만건을 넘는다. 그래서 지난달 1주년 특집 때는 같은 고민을 올린 이들을 묶어 60여명이 단체로 '고민 배틀'을 펼치기도 했다.
'악마의 편집'은 없다… 부담없고 훈훈한 방송
일반인들의 TV 출연는 더 이상 낯선 일이 아니다. 그러나 카메라 앞에서 속 깊은 고민을 꺼내놓기는 쉽지 않을 터. 자칫 희화화될 수 있는 그 고민에 맞장구와 적절한 웃음을 버무려 출연자로 하여금 "말하고 나니 별거 아니네" 하는 자가 치유의 효과를 갖게 하는 것이 프로그램의 최대 장점이다. 일반인 출연 프로그램에서 자주 논란되는 '악마의 편집'이 없다는 것도 장수 요인이다. 또 편안한 분위기를 연출하기 위해 무인 카메라를 활용하고, 무대와 객석 사이를 좁혀 객석의 즉각적인 반응과 공감을 이끌어낸다. MC들도 카메라가 꺼진 후에도 출연자들이 불편하지 않게 농담을 하는 등 배려하는 모습이었다. 이예지 PD는 "연예인보다 일반인이 더 큰 상처를 받을 수 있어 편집 등을 조심한다"고 말했다.
"훈훈한 방송이 됐으면 좋겠다"는 제작진의 바람은 출연자들의 호평으로 이어졌다. 엄마의 독설 때문에 고민이라는 사연을 들고 출연한 김수진(20)씨는 "워낙 훈훈한 분위기여서 주저 없이 출연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오지 마라톤에 빠진 남편 탓에 애가 탄다는 아내의 사연이 소개된 방송에 함께 출연했던 딸은 출연후기 게시판에 "주위에서 위로와 응원을 많이 해줘 힘을 얻었다. 가족여행을 즐겁게 다녀온 기분"이라는 글을 올렸다.
채지은기자 cje@hk.co.kr
강지원 인턴기자(서울여대 언론홍보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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