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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년회 대목마저 뺏기고… 위스키 잇단 쓴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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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년회 대목마저 뺏기고… 위스키 잇단 쓴잔

입력
2011.12.05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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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12월은 '위스키의 계절'로 불렸다. 한 해 스트레스를 털어버리는 망년회는 항상 독한 술 위주였기 때문에, 연말만 되면 양주매출은 급증하곤 했다.

하지만 이제 위스키엔 '봄날'은 없다. 독주기피가 술 문화로 자리잡으면서 평소는 말할 것도 없고 연말조차 위스키를 찾는 사람은 별로 없다. 2007년 이후 하락세를 걷고 있는 위스키 시장엔 올 연말에도 회복기미가 엿보이질 않는다.

5일 주류 업계에 따르면 국내 위스키 판매량은 2008년 284만여 상자(1상자=500㎖ 18병)에 달했지만 2009년 256만 상자, 지난해엔 252만여 상자에 그쳤다. 이런 추세는 올해도 계속돼 10월 현재 195만여 상자에 그치고 있다. 반면 수년째 감소세를 보였던 소주와 맥주는 올해 반등에 성공, 전년 대비 각각 3%, 1% 늘어났다.

업계에선 독주를 피하는 술 문화에 유럽 재정위기로 인한 경기침체까지 겹치면서 위스키 시장은 완전히 한파상태라고 주장한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가 유독 심하지만 과거를 보더라도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 등 경제위기가 닥쳤을 때 위스키 판매량이 현격히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서민들은 호주머니 사정이 가볍다 보니 위스키 보다는 소주를 선호하게 되고 기업들 역시 허리띠를 졸라매 강남 등 유흥가에서의 양주 접대문화가 많이 사라졌다"고 분석했다.

특히 소주와 맥주를 섞어 마시는 '소폭 문화'가 대세로 자리 잡은 데다 1차 위주의 회식문화 확산 등도 양주 소비의 걸림돌로 작용한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비싸고 독한 위스키보다는 저렴하고 부담 없는 저 알코올 중심의 술 마시기 등 기존 음주패턴이 많이 바뀌었다는 것. 한 위스키 회사 관계자는 "이른 바 '소맥'으로 바뀐 저도주 중심의 음주문화 추세가 위스키 업계엔 심각한 위기감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양한 종류의 독주가 등장한 것도 위스키의 설 자리를 점점 좁게 만들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보드카. 보드카는 젊은 층 사이에서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데, 실제로 국내 양주 업체 2위인 페르노리카코리아(임페리얼 발렌타인 등 생산)의 '앱솔루트'는 2008년 3만 여 상자에 그쳤던 연간 판매량이 해마다 많게는 30% 이상 증가, 올해는 5만 여 상자(10월 말 현재)가 이미 팔려 나갔다.

상황이 이쯤 되다 보니 위스키 업체들은 연말을 맞아 한정판과 리뉴얼 제품을 속속 출시, 시장회복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국내 위스키 시장 1위를 차지하는 디아지오코리아(윈저ㆍ조니워커)는 조니워커 최상위 라벨인 블루라벨과 '윈저21'이라는 특별 한정판 위스키를 최근 선보였다. 페르노리카코리아도 발렌타인 17시리즈의 '스카파 에디션'을 한정판으로 내 놓았고, 업계 3위인 롯데칠섬음료도 스카치블루 시리즈인 12년산 인터내셔널과 17년산 스페셜을 출시 13년 만에 리뉴얼했다.

특히 이들 업체는 예년과 달리 ▦콘서트를 열거나 ▦강남이나 홍대의 클럽파티를 지원하고 ▦전시회까지 개최하는 등 브랜드 이미지를 끌어 올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김종한기자 tell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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