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메모리반도체 시장이 중심이 바뀌고 있다. 오랫동안 메모리반도체의 대명사처럼 여겨졌던 D램의 시대가 가고, 새롭게 낸드플래시 시대가 열리고 있는 것이다. IT제품 시장이 PC 중심에서 스마트기기 위주로 바뀐 것과 같은 맥락이다.
5일 세계반도체협회(WSTS) 통계에 따르면 지난 9월 세계 낸드플래시 매출은 전년대비 22% 증가한 28억6,000만달러에 달해 D램(24억1,000만 달러)을 추월했다. 낸드플래시 판매액이 D램을 앞지른 건 WSTS가 관련 통계를 발표하기 시작한 지난 2004년1월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D램의 부진은 PC경기 때문. D램이 주로 쓰이는 PC경기가 워낙 부진하다 보니 D램 값은 원가 이하로까지 떨어지고 말았다.
반면 낸드플래시는 스마트폰 태블릿PC의 강세 속에 나날이 시장이 커지고 있다. 낸드플래시의 가장 큰 특징은 비휘발성. 일반 하드디스크처럼 전원이 꺼지더라도 데이터가 사라지지 않고 남는다는 뜻이다.
전원을 자주 껐다 켰다 하면서 데이터 저장이 필요한 PC나 스마트폰 등 디지털기기에선 비휘발성 저장장치가 반드시 필요하다. 일반 데스크톱 PC나 노트북에선 값싼 하드디스크가 많이 쓰이지만 초소형에 고용량 및 저전력이 필수인 모바일 기기에선 덩치 큰 하드디스크를 탑재하기가 부적절하기 때문에 낸드플래시가 반드시 필요하다. 업계 관계자는 "스마트기기의 등장이 메모리반도체의 중심을 D램에서 낸드플래시로 완전히 바꿔 놓았다"고 말했다.
낸드플래시는 성능도 나날이 진화중이다. 최근엔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라는 제품으로 업그레이드돼 사용 범위를 넓혀가고 있는데, SSD는 기존의 낸드플래시를 여러 개를 집적시킴으로써 저장 용량과 부팅속도, 소비전력 등을 크게 향상시켰다. SSD는 고가임에도 불구, 뛰어난 성능으로 최근 큰 인기를 얻고 있다.
반도체 업체들도 이젠 D램 보다 낸드 플래시 쪽에 투자를 집중하고 있다.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에 따르면 올 낸드플래시 장비 투자규모는 전년대비 68.8%나 급증한 72억1,500만 달러에 달할 전망이지만, D램은 35.5%나 줄어든 42억8,500만달러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낸드플래시가 D램보다 투자규모를 앞서는 것 역시 이번이 처음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낸드플래시 시장을 둘러싼 글로벌 업체 간 주도권 다툼도 치열해질 전망이다. 현재 세계 낸드플래시 시장은 삼성전자와 일본 도시바가 양분하고 있는데 시장조사기관인 D램 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시장점유율은 지난 2분기 40.1%에서 3분기 37.5%로 다소 떨어졌고 같은 기간 도시바의 점유율은 27.8%에서 31.6%로 상승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세계 1위인 것은 사실이지만 낸드플래시 쪽에선 D램 만큼 압도적이지 않다"면서 "일본 업체들의 추격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더구나 하이닉스는 낸드플래시 분야에선 뒤쳐져 있기 때문에, 메모리반도체 시장의 중심이 낸드플래시 쪽으로 완전히 넘어갈 경우 세계 반도체 시장 안에서 한국기업들의 리더십은 결코 안심할 수 없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허재경기자 rick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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