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오후 서울 구로구 구로아트밸리 예술극장에서 막을 올린 '언제나 청춘, 청춘연극제'. 2006년부터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 전국의 노인복지관을 대상으로 진행한 노인연극교육사업의 결실을 확인하는 무대다. 노인복지관 연극단 소속의 참가자 모두가 오늘만은 누군가의 할머니, 할아버지가 아닌 전문 배우로서 그 동안 갈고 닦은 연기 실력을 뽐냈다. 연극을 통해 인생 2막을 활짝 연 것이다.
노인연극교육사업의 지향점은 분명했다. 빠른 고령화에 비해 노인 인구의 문화 향유 수준은 낮은 데 착안해 '문화로 행복한 노년을 만들자'를 기치로 내걸었다. 문화예술교육진흥원에서 연극 전문 예술강사를 복지관마다 파견해 노인 연극단을 지도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청춘연극제의 총 연출을 맡은 박혜선씨는 "어르신들의 연극엔 흥이 살아 있다. 당사자들이 너무 행복하게 연기를 하기 때문에 보는 사람들까지 즐거워지는 기분이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8개월 가량 충남 태안군노인복지관의 '흥부가 기가막혀'를 지도한 김예진 예술강사는 "어르신들이 대본에 적힌 대로 하는 게 아니라 대사나 무대 장치에 대한 본인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냈다. 열의가 대단했다"고 전했다.
연극배우 윤문식의 사회로 열린 연극제엔 치열한 경쟁을 뚫은 단 6팀만 작품을 선보였다. 전국 33개의 노인 연극단 중에서 네티즌들의 온라인 투표와 전문가 심사단의 평가를 통과한 쟁쟁한 팀들이다. 울산 동구노인복지관은 '시집가는 날', 충북 청원군노인복지관은 '거울소동', 서울시립구로노인종합복지관은 '백만송이 장미', 대전 대덕구노인종합복지관은 '배비장전', '어르신 극단 소리'는 '진짜 진짜 좋아해'의 하이라이트 장면을 각각 10분씩 무대에 올렸다.
평균 연령 70대의 노배우들이 연극의 매력에 빠진 이유는 다양하다. 연극 '거울소동'에서 신발 장수 역할을 맡은 간명자(73)씨는 "노인 연극단에선 나이 든 역할 뿐만 아니라 아역 같은 전혀 다른 연령대의 역할도 할 수 있고 악역 등 색다른 연기도 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배비장전'에서 1인 2역을 맡아 활약한 신도남(76)씨에게 연극은 '최고의 건강법'이다. 연극 외에도 웰다잉 강사부터 어린이집의 구연동화 봉사까지 누구보다 노년을 바쁘게 보내고 있는 그는 "연극을 하면 대사를 외워야 하기 때문에 저절로 치매 예방이 된다"며 "다른 사람들에게도 꼭 권하고 싶다"고 했다. 조선족 출신인 최금춘(74)씨는 이번에 출연한 '백만송이 장미'가 벌써 4번째 작품인 베테랑 배우다.
2시간 동안 계속된 연극제엔 연극단의 가족, 친구, 관계자 등 380명의 관객이 찾아 객석을 가득 메웠다. 행사를 주최한 문화예술교육진흥원 측은 "어르신들의 관심과 열정이 뜨거운 만큼 지속적으로 청춘연극제를 열 계획"이라고 말했다.
송옥진기자 click@hk.co.kr
이새하 인턴기자(성균관대 사학4)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