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관련 책 편중은 아쉬워
6월 항쟁 서중석 지음ㆍ돌베개 발행
6월 항쟁 25주년인 2012년을 앞두고 항쟁의 전 과정을 소개하고 역사적 의미를 현재적 시점에서 평가했다. 1987년 1월 박종철 고문사망 사건으로 촉발된 민중의 분노가 6ㆍ29선언으로 결실을 맺을 때까지 전 과정을 시간순서에 따라 꼼꼼히 기술했다. 그동안 6월 항쟁 연구가 주로 민주화운동계의 자료에 의존했던 한계에서 벗어나 전두환 정권 측 자료를 정교하게 분석한 것이 특징이다.
1300년 디아스포라 고구려 유민 김인희 지음ㆍ푸른역사 발행
중국 소수민족 먀오족과 고구려 유민의 관계를 연구한 책. 저자는 2000년 여름 먀오족이 입은 바지가 고구려 전통 바지인 궁고가 매우 흡사하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10년에 걸쳐 고구려 유민과 먀오족의 역사를 추적한다. 책은 19가지 근거를 들어 중국이 고구려 유민을 자신들의 역사에 강제로 편입시키는 과정을 소개하고, 고구려가 중국의 지방정권이라는 학설을 정면 부정한다.
다산의 재발견 정민 지음ㆍ휴머니스트 발행
인문학자인 저자가 다산 정약용의 자료를 발굴하고 연구한 글 22편을 모아 엮었다. 1801~1818년은 다산의 강진 유배 시기로 저자는 중년의 다산이 제자, 승려, 자녀와 교유한 친필 편지(서첩)를 발굴해 '사람 냄새 나는' 다산의 면모를 보여준다. 편지와 연구, 집필로 이어지는 다산 정약용의 삶은 우리 시대 인문정신의 정수를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대운하와 중국 상인 조영헌 지음ㆍ민음사 발행
중국 최고 상인 집단인 휘주 상인의 성장 과정과 대운하가 끼친 영향을 다각도로 해석한 책. 바다 진출을 가장 억제했던 명ㆍ청 시대, 수도 북경과 경제ㆍ문화의 중심지 강남을 잇는 유일한 국가적 물류 통로는 장장 1,600㎞의 물길 대운하였다. 대운하가 물류의 핵심 루트로 자리매김하는 과정과 대운하를 둘러싼 중국의 정치ㆍ경제ㆍ사회 변화에 대응해 중국 양대 상인 집단 중 하나로 성장한 휘주 상인을 조명한다.
상인과 미술 양정무 지음ㆍ사회평론 발행
르네상스 미술을 새로운 형태의 자본주의 소비문화의 시작으로 읽는 책이다. 르네상스를 대표하는 상인 프란체스코 디 마르코 다티니가 남긴 14만통의 서신, 500여권의 장부, 수천장의 계약서와 어음 뭉치 등을 분석해 당시의 미술품 생산과 소비 풍경을 재구성했다. 르네상스 전까지 싸구려로 취급 받던 캔버스화가 서양회화의 정석으로 자리 잡은 이유, 유화가 프레스코화를 대체하게 된 배경 등도 소개한다.
역사소설 자미에 빠지다 김병길 지음ㆍ삼인 발행
'자미'(재미)라는 테마를 중심으로 근대 신문 연재 역사소설의 계보와 내용, 독자 반응과 발전 과정을 연구한 학술서. 저자는 당시 역사소설은 민족의식의 고취라는 진중한 이상이 아니라, 재미라는 통속적 매력으로 사람들을 끌어 모았으며, 서구 소설을 모방하는 과정에서 온 일종의 수입된 글쓰기라고 말한다. 1920년대 이후 역사소설을 분석하며, 저자는 소설은 역사, 정치, 이데올로기가 장악할 수 없는 순수한 작가 상상력의 소산이며, 이 상상력에는 대중성이 관련돼있다고 말한다.
정조와 불량선비 강이천 백승종 지음ㆍ푸른역사 발행
18세기 조선 후기 문화 권력을 둘러싼 왕과 사대부의 투쟁을 다뤘다. 1797년 11월 불량선비 강이천은 허랑한 소문으로 혹세무민한 죄로 유배를 간다. 정조는 이 사건을 계기로 패관소품(稗官小品ㆍ희곡 소설 등 서민문학에서 나타난 자유분방하고 감각적인 단문 문체)을 더욱 철저히 금지한다. 저자는 강이천 사건이 주류문화인 성리학과 소집단 문화인 천주교, 정감록 등의 문화투쟁이었다고 주장한다.
패션과 권력-또다른 지배와 복종 박종성 지음ㆍ서울대출판문화원 발행
정치학자인 저자가 '패션이 곧 권력'이라는 전제하에 패션의 세계사를 재해석했다. 중세 귀족들의 문장(紋章)과 깃발부터 시민혁명의 결과물인 기성복, 은폐의 패션인 베일, 그리고 현대의 미니스커트와 장발, 빈티지에 이르기까지 역사 속 인물들의 패션을 통해 지배와 복종의 메커니즘을 분석했다. 방대한 참고문헌과 꼼꼼한 주석, 사진자료를 통해 저자는 몸이 정치의 주체이자 대상이었다고 주장한다.
평등 자유 권리 이종은 지음ㆍ책세상 발행
정치사상의 핵심 주제인 자유, 평등, 권리의 개념과 이들 사이 관계를 소개한 책이다. 각 개념의 원론적 설명으로 시작해 교육평준화, 부동산종합세 같은 현실적 이슈를 통해 자유, 평등, 권리에 대한 다양한 이론과 쟁점을 소개한다. 자유주의, 자유지상주의, 공화주의의, 공동체주의 입장을 서로 대비시키며 균형 있는 관점을 취하고 있다.
한국 주거의 공간사 전남일 지음ㆍ돌베개 발행
'한국 근현대 주거의 역사' 시리樗?완결편으로 1876년 개항기부터 2000년대까지 한국 근현대 주거공간의 역사를 정리한 책이다. 건축사에서 중요하게 다루는 건축 양식 대신 평면과 배치도 등에서 읽을 수 있는 공간의 구조를 파악하고, 그 변화를 통해 한국 사회의 변화를 짚는다. 저자는 주거공간이 물리적 공간을 넘어 우리 삶의 역동성과 시대의 변화를 담아내는 그릇이라고 말한다.
정리=이윤주기자 mis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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