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민 구단주의 야구에 대한 열정에 감동했다."
김성근(69) 전 SK 감독이 국내 최초 독립 야구단인 고양 원더스의 초대 사령탑을 맡아 4개월 만에 그라운드로 돌아왔다. 고양 원더스는 5일 김 감독 영입을 공식 발표했다. 구체적인 계약 조건은 공개하지 않기로 했으나 2군 감독 최고 대우(2억원선)를 보장했으며, 김 감독이 언제든지 타 구단으로 이적해도 좋다는 조건을 달았다고 덧붙였다. 김 감독은 12일 일산 킨텍스에서 열리는 창단식에서 공식 취임한다.
고양 원더스가 내년부터 퓨처스리그에 참가함에 따라 김 감독은 2001년 LG 2군 감독 이후 11년 만에 2군 지도자를 맡게 됐다. 김 감독은 이날 전화통화에서 "구단주의 깊은 열의를 느껴 수락하게 됐다"면서 "2군 리그가 활성화돼야 프로야구가 더욱 발전할 수 있다. NC 다이노스와 함께 내년 두 팀이 늘어나면 2군도 팬들이 많이 늘고, 저변이 확대될 것"이라고 밝혔다. 일본프로야구 요코하마 베이스타스 사령탑 물망에 올랐던 김 감독은 "일본 쪽은 기다리다가 현재로서는 더 이상 진행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고 답했다.
고양 원더스는 김 감독 선임 배경에 대해 "드래프트 미지명 선수와 임의탈퇴 선수, 자유계약선수 등에게 재기의 기회를 주고 잠재력 있는 선수를 발굴하는 '야구 사관학교'를 표방하는 팀의 지향점과 '개척자'의 삶을 살아온 김 감독의 성향이 일치한다고 평가했다"고 밝혔다.
올시즌 도중 SK에서 불명예 하차한 김 감독은 2007년부터 SK를 맡아 3차례나 우승을 이끌며 프로야구 최강팀에 올려 놓았다. 재계약 여부를 둘러싸고 구단과 마찰 끝에 8월 17일 전격적으로 '시즌 후 사퇴'를 선언했고, 구단이 이튿날 경질 카드로 맞불을 놓아 유니폼을 벗게 됐다.
이후 성균관대학교 등에서 인스트럭터 자격으로 꾸준히 학생들을 가르치며 야구계 복귀를 타진해 왔다. 고양 원더스는 프로 구단은 아니지만 프로야구에서 18시즌 동안 6개 팀에서 지휘봉을 잡은 김 감독의 7번째 팀이 됐다.
김 감독은 "1군이든 2군이든 팀이 자꾸 많이 생겨야 한국 야구도 일본,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다"면서 "결국 누군가 해야 할 일을 야구계 원로라는 책임으로 내가 맡기로 했다"고 말했다.
한편 고양 원더스는 김 감독을 보좌할 수석코치로 김광수 전 두산 감독대행을 영입했다. 또 박상열 전 SK 2군 투수코치와 신경식 전 두산 타격코치, 고노 전 소프트뱅크 코치, 곽채진 전 신일고 코치, 조청희 전 한화 트레이닝 코치 등으로 코칭스태프 인선을 완료했다.
지난달 트라이아웃을 통해 40여명의 선수를 선발한 고양 원더스는 내년 1월 중순부터 일본으로 해외 전지훈련을 다녀온 뒤 3월 복귀해 연습 경기를 치를 계획이다. 고양 원더스는 내년 퓨처스리그에 참가하지만 정식 자격은 아니어서 한국야구위원회(KBO)와 나머지 구단들의 동의 하에 전체 일정의 절반 정도인 48경기를 치를 계획이다.
마침 9구단 NC도 내년 한 시즌을 2군에서 보내게 돼 퓨처스리그는 일본프로야구와 같은 12구단 체제를 맞게 됐다. 2군으로 무대를 옮긴 김 감독과 김경문 NC 감독과의 리턴 매치도 화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성환희기자 hhs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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