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총리실의 검ㆍ경 수사권 조정안에 대한 일선 경찰관들의 의견을 들은 후 "수용 불가" 입장을 재확인했다.
일선 경찰들은 5일 오전 10시30분 서울 미근동 경찰청 본청에서 수사권 조정과 관련한 '바람직한 대통령령 제정을 위한 일선 경찰관 100인 토론회'를 가진 뒤 '현장 경찰관 100인 일동' 명의로 ▦검찰 개혁을 위한 형사소송법 개정 취지에 반하는 조정안 거부 ▦경찰청 내 검찰비리 전담 수사기구 신설 ▦경찰과 검찰의 대등 관계를 명시하는 형사소송법 재개정 추진 등을 담은 건의문을 작성, 경찰청 수사구조개혁단장에게 전달했다. 경찰청은 이를 토대로 법무부에 공문으로 수사권 조정안에 대한 공식 의견을 전달했으며 총리실 등 관계기관에도 전달할 예정이다.
이날 토론회에는 조현오 경찰청장 등 경찰 수뇌부와 수사구조개혁단, 서울경찰청 부산경찰청 해양경찰청 등 전국에서 순경부터 경정까지 105명이 참가했다.
검찰 성토장을 방불케 한 토론회에서 현장 경찰관들은 "총리실의 조정안은 지난 6월 형소법과 검찰청법 개정과정에서 고려된 민주적 견제와 균형의 원리를 무시하고 검찰권을 오히려 강화한 안"이라고 비판의 날을 세웠다. 뿐만 아니라 내사 문제는 지난 6월 관계기관 협의와 국회 논의과정에서 "내사는 경찰의 소관"으로 이미 정리돼 재론의 여지가 없다고 못박았다.
검사 비리를 경찰이 수사하게 해 달라는 내용도 많이 나왔다. 대전경찰청 수사과 조남청 경위는 "비리 혐의 검사를 수사하고 싶어도 현재의 상황에서는 불가능하다"며 "경찰이 검찰을 거치지 않고 법원에 직접 영장을 청구할 수 있도록 형소법을 개정하거나 경찰 내에 부패ㆍ비리 검사를 전담 수사하는 부서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오후 2시 CJ그룹 인재개발원에서 한국법학교수회 주최로 검ㆍ경이 참석하는 두번째 수사권 조정 토론회가 열렸지만 양측의 입장 차만 확인했다.
경찰은 입건 여부를 기준으로 내사와 수사를 구분하는데, 이에 대해 검찰 측 발제자로 참석한 이제영 대검찰청 형사정책단 검찰연구관은 "판례와 다수 학설에 따르면 지휘 대상인 수사 범위는 입건 여부에 좌우되는 게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 연구관은 "경찰이 수사 활동을 하고 입건을 하든 않든 그 성격이 바뀌지 않기 때문에 경찰이 말하는 내사 즉 '입건 전 수사활동'은 수사지휘의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경찰 측 발제자로 나온 수사구조개혁단 진교훈 총경은 "검찰은 거주지 압수수색 같은 강제처분을 내사로 폭넓게 인정하면서 경찰 내사 단계의 강제처분은 수사로 보는 이중적인 기준을 적용시키려 한다"며 "차라리 검·경에 모두 일관된 수사-내사 기준을 법적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배성재기자 passi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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