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에서 나고 자라 학위까지 받은 여성 법조인이 전쟁ㆍ반인륜 범죄를 다루는 국제형사재판소(ICC) 검찰부의 수장 자리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AP통신은 미국 뉴욕에서 12일 열리는 ICC 협약비준국 연례회의에서 루이스 모레노 오캄포 수석검사의 후임으로 파투 벤수다(50ㆍ사진) 차석검사가 단독 후보로 추대될 것이라고 5일 보도했다. 크리스천 베나베서 리히텐슈타인 유엔 대사는 "118개 ICC협약비준국이 참석해 1일 비공식 회의를 열고 벤수다를 차기 수석검사로 내정했다"고 말했다.
2002년 창설된 ICC의 2대 수석검사이자 첫 여성 수석검사인 벤수다는 서아프리카의 소국 감비아 출신으로 모국에서 고교를, 나이지리아에서 로스쿨을 각각 졸업했다. 1998~2000년 감비아 최초의 여성 검찰총장과 법무장관을 지냈으며 2004년 르완다대학살 전범 처리를 위해 ICC에 합류한 뒤 차석검사로 일해 왔다.
벤수다의 선출은 ICC가 아프리카 국가에서 발생한 반인도적 범죄에만 치중한다는 비판을 의식한 결과로 풀이된다. ICC가 지금까지 수사하거나 전범 혐의로 기소한 10건 모두 콩고민주공화국, 수단, 케냐, 우간다 등 아프리카 관련 범죄였다. 현재 심의 중인 코트디부아르나 리비아 건도 마찬가지다. 장핑 아프리카연합(AU) 집행위원장은 "ICC가 서방국가의 이익에 매몰돼 왔다"고 비판했다.
벤수다는 이런 기류에 힘입어 수석검사 직에 도전장을 내민 42명의 후보를 손쉽게 제칠 수 있었다. 특히 유력 후보로 꼽혔던 모하메드 샨데 오트만 탄자니아 법무장관이 지난달 30일 사퇴한 것이 컸다.
벤수다의 스타일은 내년 6월 임기가 만료되는 오캄포 수석검사와 뚜렷이 대별된다. 오캄포는 모국 아르헨티나의 군부독재자들을 재판에 회부하는 등 국제적 명망을 바탕으로 수석검사에 올랐지만 비타협적 행보로 회원국과 잦은 마찰을 빚었다. 반면 벤수다는 대화와 설득을 강조하는 조정 역할에 능하다.
김이삭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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