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월부터 유로화를 쓰기 시작한 유로존 후발국가 슬로베니아에서 예상을 뒤엎고 갓 태어난 중도좌파 정당이 기성 정당을 누르고 정권을 장악하는 파란이 일어났다. 유로존 재정위기에 따른 경제난이 반영된 결과로 해석되는데, ‘경제위기=정권교체’라는 공식이 유로존의 변방에서도 다시 입증된 셈이다.
5일 AFP통신에 따르면 전날 실시된 슬로베니아 조기총선에서 대형 유통업체 사장 출신 조란 얀코비치(58)가 이끄는 긍정 슬로베니아당이 28.53%를 득표해 제1당에 올랐다. 창당한 지 2개월밖에 안 되는 이 당은 현재 의석이 3석에 불과하다.
제1당이 유력시되던 중도우파 성향의 제1야당 슬로베니아 민주당은 득표율 26.26%로 2위에 머물렀다. 또 보루트 파호르 현 총리가 이끄는 집권 사회민주당은 10.48%의 지지율을 얻어 참패했다.
슬로베니아의 양대 정당이 생긴 지 두 달 밖에 안 되는 당에 모욕적 패배를 당한 것은 유로존 재정위기가 불러온 경제난으로 민심이반 현상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2007년 유로존 가입당시 국내총생산(GDP)의 23% 수준이던 국가부채는 45%로 급증했고, 실업률도 12% 수준으로 치솟았다. 2007년까지 6% 내외였던 경제성장률은 2009년 -7.8%, 지난해 1.2%로 추락했고, 올해와 내년에도 1% 안팎의 저성장을 기록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슬로베니아는 아일랜드 포르투갈 그리스 이탈리아 스페인에 이어 유로존 위기 발생 이후 정권이 교체된 6번째 국가가 됐다.
2013년 유럽연합(EU) 가입을 목전에 둔 크로아티아에서 4일 실시된 총선에서도 중도좌파 연합이 집권 보수연합을 누르고 과반수 의석을 차지할 것이 확실해 보인다. 크로아티아도 실업률이 17%에 이르고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도 0.5%에 불과할 정도로 경제난이 심각하다.
이영창기자 anti092@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