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자영업이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대다수 영세업자들은 지속적인 경기 침체와 내수 위축 탓에 이미 고사(枯死) 위기다. 그런데 여기에 베이비붐 세대(1955~63년생) 은퇴자들이 대거 생계형 창업에 나서면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10월 현재 국내 자영업자 수는 573만명으로 국내 총 고용인원의 30%나 된다. 전문가들은 레드오션에 불나방처럼 뛰어드는 베이비붐 세대 창업자들을 방치할 경우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금융위기 직후 벌어졌던 '자영업 붕괴 쓰나미'가 또 다시 몰아닥칠 것으로 우려했다.
2011년 한국의 자영업자들은 극심한 경기 한파를 겪고 있다. 한국일보가 11월 21~25일 한국자영업자협회, 전국소상공인단체연합회 등 5개 단체와 공동으로 전국 자영업자 867명을 설문 조사한 결과, 절반 가까운 44.3%(384명)의 월평균 순이익이 올해 4인 가구 최저생계비인 144만원에 못 미쳤다. 매달 적자를 보고 있다는 응답도 16.3%(141명)나 됐다.
설상가상으로 매출은 계속 줄고 있다. 전체의 3분의 2 이상(67.7%)이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자영업자 26만명이 줄어든) 2009년보다 매출이 30% 이상 줄었다"고 답했다. '창업 당시 생각만큼 사업이 되고 있는가'라는 질문에는 무려 83.74%가 "그렇지 않다"고 고개를 저었고, 10명 중 6명(59.9%)은 "조만간 문을 닫거나 가계 규모ㆍ종업원 수를 줄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런 현실은 최근 자영업 기반 붕괴 와중에 창업자가 오히려 늘어나는 구조적인 변화와 맞물려 내년 이후 대규모 몰락 사태를 초래할 위험이 크다. 외환위기 이후 꾸준히 줄어들던 국내 자영업자 수는 올해 8월 5년4개월 만에 증가세로 돌아서 3달 연속 5만~10만명씩 늘고 있다. 2009년은 물론, 작년(11만8,000명)과 올해 상반기(7만7,000명)에도 폐업한 업주가 훨씬 많았던 점을 감안하면 급속히 무너지는 시장에 불나방처럼 무모하게 뛰어드는 위험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더욱 걱정스러운 것은 50대 이상 고령층 창업이 빠른 속도로 늘고 있는 점이다. 50대 이상 자영업자는 올해 3월 이후 매달 10만~20만명씩 급증하며 이미 300만명을 훌쩍 넘어섰다. 아직은 가계를 이끌어야 할 50, 60대 연령층이 은퇴 후 마땅한 생계 수단이 없자 도소매ㆍ음식숙박ㆍ서비스 같은 영세업종에 몰린 결과다. 고령층 창업은 한번 실패하면 재기 가능성이 낮아 곧장 빈곤층으로 전락할 위험이 크다는 점에서 조만간 사회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한국노동연구원 금재호 선임연구원은 "우선은 자영업자들의 대거 몰락을 막는데 집중하고, 장기적으론 경쟁에 낙오한 영세업자들이 극빈층으로 전락하지 않도록 극단적인 상황까지 염두에 둔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허정헌기자 xsco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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