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250억원을 투입해 실시할 우면산 복구공사의 계획을 담은 '우면산 산사태 복구보고서'가 피해의 근본 원인인 점토(진흙)층에 대한 토질분석 수치를 누락하는 등 총체적으로 부실한 것으로 드러났다.
4일 한국일보가 입수한 서울시의 '우면산 산사태 복구공사에 관한 재해복구 사전심의요청서'에 따르면 이 보고서에는 현재 복구공사 1공구(임광, 래미안, 전원마을)에 대한 지반 시추조사를 하며 점토층에 대한 토질 강도 수치(1공구 보고서 03.3 지반조사 3-33쪽) 내용이 없다.
보고서에는 이 지층별 특성분석에서 ①매립(모래)층 ②붕적(퇴적 모래)층 이후 ③번은 없이 바로 ④연암(기반암)층을 기록하고 있다. 빗물에 노출될 모래와 암석 사이에서 융기와 침식의 가장 큰 원인으로 작용하는 진흙에 대한 토질 강도 수치가 빠진 것이다.
이는 서울시의 원인보고서가 우면산 상부 모래와 하부 기반암 사이의 점토층이 방배래미안 방향 산사태의 가장 큰 원이라고 지적한 것과 배치된다. 원인보고서는 지반상태 분석(84쪽)에서"붕적층 하부에 0.7m두께의 암회색 점토층이 약 10m 길이로 발달하고 있다"고 기술하고 있다.
점토층의 강도 수치를 고려하지 않음에 따라 복구보고서는 사고가 발생한 비탈면에 구조물 5개 정도만 세우는 데(3공구 보고서 06.6 비탈면검토현황 6-19) 그치고 있다.
지난해 9월 발생한 우면산 산사태에 대한 시의 복구계획(올해 4월 복구보고서 제출)도 별도의 원인보고서 없이 피해가 발생한 덕우암 지점에 4억원을 들여 복구공사를 했지만 올해도 다시 피해가 발생했다. 그럼에도 관련 공무원은 한 명도 징계를 받지 않았다.
문제는 산사태 지역이 매년 바뀐다는 점이다. 올해 우면산 피해 지점 13곳 가운데 작년과 겹치는 데는 덕우암 한 곳뿐이다. 그런데도 형촌마을의 경우 사방댐 예정 지점과 공사규모는 올해 피해 지역과 규모만 감안(3공구 보고서 00 과업구간 수해복구 조감도)한 것이다.
시 복구보고서가 작성된 날짜는 10월 24일부터 11월 9일로 모두 원인보고서가 시에 제출된 시점(11월 25일)보다 이르다. 시의 산사태 원인분석과 대책수립이 따로 가고 있다는 방증이다.
앞서 시는 우면산 산사태 원인보고서가 산사태 발생 이후의 강우량까지 더하는 등 총체적으로 부실하다는 지적(본보 12월 1일자 14면) 직후 박원순 시장이 참석하기로 한 7일 '기후변화 대응 서울시 수방정책 시민대토론회'에 산사태 원인 재조사를 주장하는 산사태 전문가들의 패널 초청을 취소했다.
이번 복구보고서가 계획한 총 공사비는 249억4,260만원이며, 현재 공정률은 33%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현재 복구보고서는 내부용으로 최종본이 나오지 않은 상태"라며 "점토층 강도수치가 빠진 이유는 잘 모르겠다"고 해명했다.
김청환기자 ch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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