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의 쿠판 그룹이 지난달 24일 이라크 제2의 도시이자 최대 항구도시인 바스라에 호텔을 개장했다. 말이 호텔이지 주위엔 모래주머니와 벽돌더미가 나뒹굴고 입구엔 철조망이 쳐져 있다. 종업원 대신 무장 경비원이 손님을 맞을 정도다. 그도 그럴 것이 얼마 전까지 이곳은 테러용의자 등 이라크인 수천명을 가두던 미군의 부카 캠프 수용소였다.
뉴욕타임스(NYT)는 연말 철군을 앞두고 미국이 이라크 정부에 넘긴 군 시설이 상업시설로 변모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현재 미군은 이라크 내 군 시설 505곳 대부분을 이라크 정부에 이양한 상태다.
경매를 통해 부카 캠프를 인수한 쿠판 그룹의 메이뎀 알사디 사장은 "우리의 꿈은 이곳을 무역거래의 중심지로 만드는 것"이라며 "아직 환경이 열악하지만 시간 문제일 뿐"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변화는 이라크가 전쟁의 상흔을 딛고 이른 시일 내 경제성장의 길로 나아갈 가능성을 보여주는 상징으로 받아들여진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이라크의 하루 석유 생산량은 2035년까지 500만 배럴 수준으로 회복할 것으로 전망되는데 이는 미국 하루 석유 소비량의 3분의 1에 해당한다.
이에 따라 할리버튼, 베이커휴즈, 슐룸베르거 등 세계적인 유전업체들이 앞다퉈 이라크로 몰려들고 있다. 미국의 제너럴일렉트릭(GE)도 지난달 이라크에 지점 3곳을 개설했다. 이라크 정부는 "석유 생산 회복 등 경제성장으로 나아갈 준비가 돼 있다"며 "일찍 동참하는 기업에 특혜를 줄 것"이라고 밝혔다고 NYT는 전했다.
다국적군 사령부가 있던 알 파우 궁전 등 사담 후세인의 궁전 활용 방안에 대해서는 이라크 정부 내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군 시설이나 박물관으로 남겨야 한다는 견해와, 고급 호텔이나 대형 놀이 공원 등 상업시설로 이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
이성기기자 hangi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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