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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 1조 달러 빛나지만… 위험 커진 '수출 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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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 1조 달러 빛나지만… 위험 커진 '수출 편식'

입력
2011.12.04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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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우리나라가 무역 1조 달러 클럽에 가입한다. 지식경제부 관계자는 4일 "정확한 날짜를 지나봐야 알겠지만 빠르면 5일 오후, 늦으면 6일 새벽쯤 통관액이 1조 달러를 넘어서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연간 무역액 1조 달러 고지를 밟았던 나라는 미국 독일 중국 일본 일본 프랑스 영국 네덜란드 이탈리아 등 우리나라에 앞서 모두 8개국. 하지만 1조 달러 클럽을 계속 유지하고 있는 나라는 작년 기준으로 미국 독일 중국 일본 프랑스 네덜란드 등 6개국 뿐이다.

산업 불모지에서 출발해 반세기만에 1조 달러 반열에 오른 건 세계적으로도 전례를 찾기 힘든 쾌거. 하지만 후유증도 적지 않았고 풀어야 할 과제도 많다는 지적이다.

명(明)

무역 1조달러 고지를 밟은 나라는 2차 세계대전 이후 독립한 국가들 중에선 우리가 유일하다. 개발도상국 중에서는 중국이 2004년에 무역 1조 달러를 달성했지만, 국토 면적과 인구 수가 우리에 비해 각각 100배, 26배나 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우리가 이룬 성과와는 비교할 바가 못 된다.

1조 클럽 국가들 중에서도 우리의 성장세는 단연 두드러진다. 1,000억달러에서 1조달러까지 성장하는 데 23년이 걸렸는데, G2 국가인 미국(20년)과 중국(16년)을 제외하고는 프랑스(31년), 이탈리아ㆍ일본ㆍ네덜란드(30년), 영국(29년), 독일(25년) 등을 모두 앞질렀다. 무역협회 관계자는 "향후 3년 내에 영국 이탈리아 네덜란드 프랑스 등을 제치고 세계 5위의 무역대국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고도성장은 이런 무역확대를 통해 이뤄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천연자원이 부족하고 내수시장이 빈약한 만큼 수출 외엔 활로가 없었다. 1960년대 박정희 대통령 시절 이래 정부는 금융으로, 세금으로, 또 환율로 파격적인 수출지원을 해줬다. 그 결과 1964년 1억달러에 불과했던 수출액은 1977년 100억달러, 1995년 1,000억달러를 넘어섰고, 지난달에는 세계에서 8번째로 5,000억달러를 돌파했다. 최대 수출시장은 2003년 이후 미국에서 중국으로 바뀌었고, 개도국과 신흥국에 대한 수출 비중도 70%를 넘어었다.

암(暗)

무역확대가 한국경제의 빠른 성장을 주도한 건 분명하지만, 역으로 이 때문에 한국경제는 대외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아진 구조적 문제점을 안게 됐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무역 비중은 1990년 51.1%에서 2008년 92.3%까지 매년 증가했고, 지난해에는 88% 전후까지 치솟았다. 일본은 22.3%, 미국은 18.7%, 중국은 45%였고, 세계 최대 수출국인 독일도 74.8%로 우리보다 낮다.

이 같은 과도한 무역의존도는 한국경제의 대외적 취약성을 야기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같은 대외적 악재가 터질 때마다 전 세계적으로 한국증시가 가장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선진국이 재채기를 하면 한국경제는 독감이 든다'는 속설도 생겨났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수출과 내수시장이 균형 있게 성장하지 않으면, 특히 앞으로는 내수 시장이 좀 더 커지지 않으면 우리경제의 대외적 취약성은 점점 더 심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수출의존도의 심화도 문제지만, 수출 안에서 특정품목 의존도의 심화는 큰 문제다. 우리나라의 수출주력품목은 ▦1970년대 섬유 합판 가발 ▦1980년대 의류 신발 ▦2000년대 이후엔 반도체 선박 자동차 석유화학 LCD 등으로 변화해왔으며, 짧은 시일 안에 주력제품의 첨단화 및 고부가가치화에 성공한 게 사실.

하지만 몇몇 품목에만 의존하는 편식경향이 갈수록 커지면서 이는 우리나라 수출산업구조에 또 다른 숙제를 안겨주고 있다. 전체 수출에서 상위 5대 품목이 차지하는 비중은 1977년 38% 선이었지만 올해는 42%까지 높아졌다. 반도체 LCD같은 특정품목의 등락에 따라 전체 경제가 함께 부침할 수도 있는 리스크가 커졌다는 얘기다.

대기업 의존도가 커진 것도 같은 맥락이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반도체 석유화학 선박 등 우리나라 주력품목을 수출하는 곳들은 다 대기업들 아닌가"라며 "소수 주력품목에 대한 의존도가 커졌다는 건 결국 대기업에 의존하는 구조가 더 공고화됐다는 의미이고 결국 무역 1,000억달러 때보다 1조 달러시대에 중소기업들이 설 땅은 더 비좁아진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중소기업중앙회 조사에 따르면 수출 관련 중소업체 수는 2000년 3만1,800여개에서 지난해 2만3,000여개로 급속히 줄어든 상태다.

전문가들은 무역 1조 달러시대의 첫 번째 과제로 끊어진 선순환의 고리 복원을 강조하고 있다. 수출이 늘어도 ▦혜택이 대기업에만 집중돼 중소기업으로는 흘러가지 않고 ▦투자와 고용도 별로 늘지 않으며 ▦내수시장 역시 함께 커지지 않는 연결고리의 단절문제를 하루 빨리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양정대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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