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애플간 특허전쟁에 마침내 끝이 보이기 시작했다. 애플이 연승을 거뒀던 초반과 달리 중반 이후 삼성전자가 완전한 승기를 잡으면서 업계에선 "이젠 애플이 합의를 모색할 것"이란 관측이 고개를 들고 있다.
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지방법원 루시 고(한국명 고혜란) 판사는 2일(현지시간) 애플이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갤럭시 모델 3종과 태블릿PC 갤럭시탭10.1의 미국 내 판매를 금지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고 판사는 결정문에서 "애플은 삼성전자가 아이패드 일부 특허를 침해했다는 것을 입증했지만 특허의 유효성을 보여주는 데는 실패 했다"고 판시했다. 즉 애플이 주장하는 아이패드의 디자인 특허에 대해 보호받아야 할 권리가 아니라고 판단한 것.
지적재산권 전문가인 플로리언 뮬러는 "디자인 관련 권리를 주장하는 애플의 특허 전략은 실패했다"면서 "삼성전자는 내년 여름에 결론이 날 본안 소송까지도 유리하게 이끌게 됐다"고 분석했다.
비록 본안 소송 아닌 가처분 신청건이긴 하지만, 이번 판결로 적어도 디자인과 관련된 특허공방은 사실상 승패가 결론 났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실제로 애플이 제기한 디자인 특허 침해 주장은 독일 뒤셀도르프 법원에서만 유일하게 받아들여졌을 뿐, 이번 미국뿐 아니라 앞서 네덜란드 호주 등 거의 모든 법원에서 기각됐기 때문이다. 때문에 다른 기술특허는 몰라도, 애플이 가장 강력한 무기로 삼고 있는 디자인 특허는 이제 삼성 쪽으로 판세가 기울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삼성전자 역시 표현은 자제하면서도, 이번 판결이 특허전쟁에 큰 분수령이 됐다고 보고 있다.
판세가 삼성전자 쪽으로 기울면서, 애플이 먼저 손을 내밀 것이란 예상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실제로 애플은 삼성전자에 핵심기술을 이전하겠다는 물밑 제안을 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미국의 IT전문매체 버지(Verge)는 고 판사가 내린 판결문에서 지워진 부분을 복원한 결과, 애플이 운영체제(iOS)의 '스크롤백'이라는 기술을 삼성전자에 사용료를 받고 제공하기로 제안했지만 합의점을 못 찾았다는 내용이 있었다고 보도 했다. 이 기술은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으로 웹페이지를 보다가 화면 가장 위쪽 부분을 터치하면 보던 웹페이지의 처음 화면으로 돌아가도록 한 것이다. 이에 대해 양사는 확인을 거부했지만, 정황상 더 이상의 확전은 불가능하며 결국 크로스라이선스(특허공유) 방식으로 합의한이 도출될 것이란 게 업계의 시각이다.
채희선기자 hscha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