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제대로 호강한다. 거친 액션이 쏟아지는 사이사이 입 끝이 위로 올라간다. 인물과 인물은 박력 넘치는 액션으로 이어지고, 장면과 장면은 웃음으로 이완된다. 화려한 액션과 유쾌한 웃음으로 중무장한,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 4편 '미션 임파서블: 고스트 프로토콜'은 군더더기 없는 오락거리로 충만한, 잘 만들어진 상업영화다.
시작부터 시선을 사로잡는다. 숨 가쁘게 전개되는 첩보원들의 추격 장면과 미녀 암살자의 등장이 관객을 몰아붙이며 스크린을 연다. 러시아 교도소에 수감된 최정예 첩보요원 이단(톰 크루즈)을 미국 비밀첩보기관 IMF 요원들이 탈옥시키는 장면과 모스크바 크렘린궁이 폭발하는 모습 등이 이어지며 이야기를 전진시킨다. 핵전쟁이 인류 진화를 불러온다고 생각하는 미치광이 과학자 커트(미카엘 뉘키비스트)가 러시아의 핵미사일 발사 해제 비밀번호를 손에 넣으려 하면서 영화는 롤러코스터의 본궤도에 진입한다.
영화는 헝가리 부다페스트와 러시아 모스크바, 아랍에미레이트연합의 두바이, 인도 뭄바이로 이어지는 여정을 통해 관객들에게 시각적 즐거움을 선사한다. 관광엽서 같은 화면 위에서 펼쳐지는 상상 이상의 액션은 이 영화의 주요 무기다. 두바이의 모래폭풍 속에서 벌어지는 이단과 커트의 필사적인 추격전은 서스펜스 덩어리다. 앞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도 임무를 완수하려는 이단의 집념, 차량을 통해 도주하면서도 이단에게 치명상을 안기려는 커트의 계략이 맞서며 관객의 심장을 자극한다.
특히 이단이 두바이의 세계 최고층 건물 부르즈 칼리파 외벽을 기어오르고, 건물과 90도 각도를 유지한 채 줄에 매달려 벽 위를 달리는 모습은 이 영화의 하이라이트다. 오금이 저리면서도 블록버스터 영화의 쾌감이 몰려온다. 톰 크루즈는 이 장면을 세트가 아닌 실제 건물에서 촬영했다고 하는데 바람에 흔들리는 머리카락, 긴장감이 가득한 근육의 느낌 등이 입체적으로 전해지며 사실감을 전한다.
영화 곳곳에 지뢰처럼 숨겨놓은 유머도 잔재미를 안긴다. 컴퓨터 해킹 등의 업무를 맡은 어리숙한 초보 첩보원 벤지(사이먼 페그)의 좌충우돌은 종종 웃음을 부른다. 기존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의 클리셰를 스스로 풍자하는 여유도 부린다. 이단에게 작전 내용을 전달하는 공중전화기가 5초 뒤 폭파된다는 메시지와 달리 터지지 않자 이단이 주먹으로 치는 모습이 대표적이다.
역시나 단순한 이야기 전개는 좀 아쉽다. IMF 최고 전략분석가로 우여곡절 끝에 작전 수행을 거들게 된 브란트(제레미 레너)와 이단의 갈등 등이 감정의 진폭을 깊게 하려 하나 액세서리 수준에 그치고 만다. 고립무원의 상황에서 작전을 이행해야 하는 이단 일행의 고난도 그다지 힘겨워 보이진 않는다. 볼거리를 지렛대 삼아 즐거움을 안기려는 명확한 목표를 지닌 영화라지만 정서적 울림까지 갖췄으면 132분의 상영시간이 좀 더 짧게 느껴졌을 듯하다.
화각이 넓고 화질이 뛰어난 아이맥스 카메라로 촬영해 시각적 즐거움이 여느 영화보다 크다. 아이맥스 카메라로 찍어 관객들의 탄성을 이끌어냈던 '다크 나이트'를 연상하면 될 듯. 일반 상영관보다 아이맥스관에서 관람해야 영화의 진미를 느낄 수 있다. 15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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