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공포요? 정부의 '리스크 커뮤니케이션'이 잘못돼 생긴 결과죠. 위험성이 실제 연구결과보다 부풀려져 있는 것 같습니다."
이병무(사진) 한국독성학회장(성균관대 약학과 교수)은 플라스틱 제품 전반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안이 가중되고 있는 것은 결국 '소통의 부재'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특정 화학물질이 몸에 해로운지 아닌지를 과학적으로 판단하는 기준은 보통 일일 허용량이에요. 제품에서 화학물질이 어떤 상황에서 얼마나 나오고, 인체에 흡수되는 양은 어느 정도인지를 세세하게 따져야죠. 인체 흡수량이 허용량을 넘을 때 과학적으로 위해성을 인정할 수 있습니다."
단순히 화학물질이 검출됐다거나 동물실험 결과 일부 이상이 나타났다고 해서 모든 소비자가 그 물질을 아예 기피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 이 회장의 견해다. 그는 "우리나라에서는 플라스틱을 비롯한 화학물질 위해성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정보가 부정확한 상태에서 확대재생산 되는 경향이 있다"면서 "매번 환경단체나 산업계 등이 서로 자기 목소리만 높여온 탓도 크다"고 말했다. 어느 한쪽에 유리한 주장이 인터넷 등을 통해 무분별하게 퍼지면서 소비자들의 불안을 부추기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얘기다. 그는 "소비자는 해당 정보가 국제학술지에 발표된 연구인지, 신뢰할 수 있는 기관의 실험인지 등을 꼼꼼히 따져본 뒤 받아들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회장은 소비자의 혼란을 줄이려면 정부가 나서서 산업계와 환경단체 등이 모여 논의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규제는 외국에서 하니까 우리도 하자는 식이면 곤란해요. 시간이 좀 더 걸리더라도 다양한 전문가를 모아 위해성에 대해 충분히 연구하고 검토한 다음 우리 실정에 맞는 정책을 만들어야죠. 가장 중요한 건 국민 건강이지만, 산업계가 받을 피해도 최소화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안을 찾아야 합니다."
이 회장이 특히 리스크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은 지금은 별 문제가 없는 물질도 앞으로 위해성 논란에 휩싸일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기 때문이다. 그는 "정부가 화학물질의 안정성 평가에 독성학 전문가들의 참여를 확대해 산업계, 환경단체, 소비자를 잇는 '리스크 커뮤니케이터'로 적극 활용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변태섭기자 liberta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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